오늘은 그림 한 편과 두 편의 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림은 밀레의 '여자와 아이(침묵)', 시는 이문재의 '적막강산', 조용미의 '봄날 나의 침묵은'입니다. 비슷한 소재를 두고 있는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보겠습니다.
장 프랑수아 밀레의 그림 여자와 아이(침묵)
이문재의 적막강산
이문재. 적막강산
그리움도 이렇게 고이면 독이 된다.
네가 떠나면서
나는 흉기로 남아
황사의 날들을 지나며 한 방울
독의 힘으로 눈 뜨고 있었다
첫아이를 위한 태교처럼
그리움을 다스렸다 이슬을 보면
아지랑이를 떠올렸다 바람에 날리는
풀씨를 보며 산맥의 뿌리를 생각했었다
일어나는 먼지를 들판의 기침으로
여기기도 했었고
그러나 흉가에서 내 몸 속에 고이는
물은 피가 되지 못하고
독으로 변하고 있었다 불똥만 닿아도
폭발하고 만다는 그 푸른 독으로
눈물만큼 고이고 있었다
봄날은 고단하게 그렇게 지나갔다
독은 아직 고요하다
- 이문재 시집, <내 젖은 구두 벗어 해에게 보여줄 때> 중에서
조용미. 봄날 나의 침묵은
조용미. 봄날 나의 침묵은
불행이란 몸을 가짐으로써 시작되는 것
몸이 없다면 어디에 불행이 있을 수 있을까*
봄날 나의 침묵은 꽃 핀 나무들로 인한 것,
하동 근처 꽃 핀 배나무밭 지날 때만 해도
몸이 다시 아플 줄 몰랐다
산천재 앞 매화나무는 꽃 피운 흔적조차 없고
현호색은 아직 벌깨덩굴 곁에 숨어 있다
너무 늦거나 빠른 것은 봄꽃만이 아니어서
한잎도 남김없이 만개한 벚꽃의
갈 데로 다 간 흰빛을 경멸도 하다가
산괴불주머니 텅 빈 줄기 푹 꺼져들어가는 속을
피리소리처럼 통과해보기도 하다가
붉은 꽃대 속에 갇혀
빠져나오지 못하고
몸이 견딜 만하면 아팠던 때를
잊어버린다 내 몸이 늘 아프고자 한다는 걸,
누워 있으면 서 있을 때보다 세상이 더
잘 보이는 이유를 또 잊어버린다
통증이 살며시 등뒤로 와 나를 껴안는다
몸을 빠져나간 소리들 갈데 없이 떠도는
꽃나무 아래
* 노자 <도덕경>에서 인용.
- 조용미 시집, <일만 마리 물고기가 山을 날아오르다> 중에서
마지막으로 침묵, 비밀, 봉인 하면 떠오르는 영화, '화양연화' 속 양조위의 대사와 앙코르사원에서의 독백을 안내해드리며 마치겠습니다.
"모르죠? 옛날엔... 감추고 싶은 비밀이 있으면 어떻게 했는지?
산에 가서 나무를 하나 찾아
거기 구멍을 파고는 자기 비밀을 속삭이고 진흙으로 봉했다고 하죠.
비밀은 영원히 가슴에 묻고......"
"지나간 시절은 먼지 쌓인 유리창처럼
볼 수는 있지만 만질 수 없기에
그는 그 시절을 그리워한다.
유리창을 깰 수 있다면
그때로 돌아갈지 몰라도......"
이상 밀레의 그림 '여자와 아이(침묵)', 이문재의 시 '적막강산', 조용미의 시 '봄날 나의 침묵은'에 대한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영화 화양연화 속 양조위 대사,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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