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고전 시가의 주요 주제인 유교, 자연 친화, 사랑과 이별 그리고 부정적 현실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주제를 크게 분류한 뒤 세부적인 내용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고전 시가의 주요 주제. 유교, 자연 친화, 사랑과 이별, 부정적 현실
많은 시가들이 이 주제 안에서만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수의 시가들이 이 주제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익숙하지 않은 작품이 등장하더라도 이 4가지 주제 안에서 해석하면 수월하게 접할 수 있습니다.
▶유교 : 임금에 대한 충의, 백성을 향한 가르침.
▶자연친화 : 물아일체, 임금 예찬, 속세 비판.
▶사랑과 이별 : 임에 대한 그리움, 사랑과 연모의 정.
▶부정적 현실 : 현실 비판, 여성의 삶과 애환.
1. 유교
1) 임금에 대한 충의
사대부들에게 있어서 '임금'은 절대적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유배 생활이나 왕조의 교체나 폐위 등의 부정적 상황을 겪더라도 임금에 대한 변함없는 지조와 절개, 변하지 않는 사랑과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사대부들은 이러한 임금에 대한 마음을 직접적으로 노래하기도 했지만, 여러 사물들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고전 시가에 자주 등장하는 '소나무'를 예를 들자면 소나무는 추운 겨울에도 변함없는 모습을 예찬하며, 본인도 그 소나무처럼 험한 상황에서도 임금에 대한 지조와 절개를 지키겠다고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직접 제시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을 다시 죽어
백골이 티끌어 흙이 되어 넋이 남아 있든 없든
임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리가 있으랴? (정몽주)
이 작품은 고려 말 정몽주의 작품이며, 기존의 왕을 몰아내고 조선을 건국하고자 했던 이방원이 정몽주의 마음을 알아 보기 위해 '하여가'를 불러 회유하자, 정몽주가 이에 답가로 지은 작품입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고려 왕조의 대한 충성심을 변함없이 지키고자 했던 정몽주는 종장의 '임을 향한 일편단심이야 변할 리가 있으랴'를 통해 자신의 충절을 아주 직설적(직접적)인 표현으로 드러냈습니다.
▶간접 제시
천만 리 머나먼 곳에서 고운 임과 이별하고 돌아와
내 마음을 둘 데가 없어 냇가에 앉았으니
저 물도 내 마음 같아서 울면서 밤길을 흘러가는구나. (왕방연)
이 작품은 왕방연의 작품으로 수양대군 때문에 어린 단종이 영월로 유배될 때 호송 책임을 맡았던 본인이 그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느꼈던 괴로운 마음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자신의 슬픈 마음을 종장의 흐르는 시냇물에 이입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이 당시 사대부들은 의(義, 사람으로서 지키고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를 위해서는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비록 부러질망정 타락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겠다는 의지와 강직함이 필수적인 요소였습니다.
2) 백성을 위한 가르침
우리나라는 '동방예의지국'이라 불린 것처럼 도덕적 인간상을 제시하고 그에 맞추어 살려고 하는 자에게 보상을 주고 그에 반하는 사람을 벌하는 덕치주의를 추구했습니다. 이런 만큼 이 시기에는 사회 규범에서 멀어진 어리석은 사람들을 일깨우고 가르치기 위한 교훈적인 노래들이 많았습니다.
이런 가르침을 표현하는 자는 지배 계층이었으며, 이들은 백성들에게 지배층의 이념, 유교적 가치의 중요성을 노래로써 전달했습니다.
정철의 '훈민가'를 예시로 하여 살펴보겠습니다.
어버이 살아 계실 때 섬기는 일일랑 다하여라
돌아가신 후면 애달파한들 어찌하리
평생에 못한 일이 이뿐인가 하노라 (제4수)
오늘도 날이 밝았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거든 네 논도 좀 매어주마
오는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꾸나(제13수)
이 작품은 정철의 작품으로 강원도 관찰사로 부임해 있을 때 백성들에게 유교적 윤리를 깨우치려 지은 총 16수의 시조입니다. 읽은 이를 백성으로 하였기에 일부러 한자어를 많이 사용하지 않고 알기 쉽고 친근하게 접할 수 있는 어휘들을 사용했습니다.
내용을 살펴보면 <제4수>에서는 부모님에게 효를 다해야 함을, <제13수>에서는 서로 도와 가며 일을 하라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정철은 삼강오륜과 같은 유교적 도리의 실천이나, 서로서로 도와가며 살라는 상부상조의 자세를 가르치면서 향촌 질서를 확립하고자 이 작품을 창작했습니다.
2. 자연 친화(자연과 함께사는 즐거움을 드러내는 노래)
우리 선조들은 자연을 혼탁한 세속에서 벗어나 즐거움과 안락함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하고, 자연과 자신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치'의 경치를 추구했습니다. 그러므로 고전 시가에는 자연 속의 즐거움을 노래한 작품이나 자연을 예찬을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강호가도(江湖歌道), 강호한정가(江湖閑情歌)라고 불리는 작품들은 모두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노래한 시가 문학입니다. 앞에서 설명했던 자연과 교감하는 '물아일체' 또한 자연 속에서의 안빈낙도, 안분지족하는 삶을 이야기했습니다. 조선 초기 사대부 계층의 작갇르은 자연의 풍류를 노래하면서도 임금의 은혜를 찬양하는 모습을 함께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자연을 속세와 대립적인 이상적인 공간으로 그리면서 속세와 단절의 방법으로 자연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자연 속에서도 속세에 대한 미련 때문에 갈등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1) 자연을 즐기는 삶
엊그제 겨울이 지나 새봄이 돌아오니
복숭아꽃과 살구꽃은 저녁 햇빛 속에 피어 있고
푸른 버들과 아름다운 풀은 가랑비 속에 푸르도다
칼로 제단해 내었는가? 붓으로 그려 내었는가?
조물주의 신비스러운 솜씨가 사물마다 야단스럽구나
수풀에서 우는 새는 봄기운을 끝내 이기지 못하여 소리마다 아양을 떠는 모습이로다
자연과 내가 한 몸이거니 흥겨움이야 다르겠는가? (정극인, 상춘곡)
이 작품은 정극인의 작품으로, 봄을 찬양하며 부르는 노래라는 뜻의 '상춘곡'입니다. 봄날을 즐기는 모습을 통해 속세를 떠나 자연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노래했습니다. 뺴어난 봄 경치에 흠뻑 취한 화자는 자신의 감정을 '새'가 봄기운에 울어댄다며 이입하여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자연과 하나 되는 경지를 '물아일체(物我一體)'라고 합니다.
2) 자연을 즐길 수 있게 해 준 임금의 은혜 찬양
아름다운 강산을 거느리고 내 평생을 다 누리면, 악양루 위의 이태백이 살어서 돌아온다 한다고 해도, 넓고 끝없이 시원하게 느껴지는 정다운 회포가 이보다 더 하겠는가? 이 몸이 지낼 수 있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 덕분이다. (송순, 면앙정가)
이 작품은 송순의 '면앙정가'입니다. 이 작품 역시 자연과 함께 하는 즐거움에 대해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몸이 이렇게 지낼 수 있는 것도 역시 임금의 은혜 덕분이다'라는 마지막 구절을 통해 임금의 은혜를 찬양하고 있습니다.
3) 속세와 대비되는 자연에 대한 예찬
말이 없는 것은 청산이요, 형태가 없는 것은 흐르는 물이로다
값이 없는 것이 맑은 바람이요, 임자가 따로 없는 것은 밝은 달이라
이 속에서 아무 병이 없는 내가 근심 없이 늙으리라. (성혼)
이 작품은 성혼의 작품으로 화자는 세속에서 느낄 수 있는 말이나 행동, 그리고 금전적인 부담은 잊은 채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하며 사는 것을 소망합니다. 이처럼 작품 속 자연은 이러한 근심이나 걱정이 없는 인간이 꿈꾸는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3. 사랑과 이별(임과의 사랑, 혜어짐과 슬픔 그리움)
1) 이별로 인한 그리움
과거나 지금이나 '사랑'은 늘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랑을 하면 사랑을 하는 동안 행복감을 느낄 수 있지만, 반면 '이별'을 겪으며 임을 그리워 하는 괴로움도 느끼게 됩니다. 우리 선조들도 '이별과 그리움'에 대한 정서를 고전 시가의 화자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이런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기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감추고 '한'의 정서를 띠며 인내해 나가는소극적인 모습으로 표현했습니다.
★이처럼 대부분 소극적인 자세로 표현한 작품들이 대다수이므로, 적극적인 자세로 표현된 작품들이 있으면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런 주제의 작품을 접한다면 항상 임에 대한 화자의 태도(소극, 적극)를 확인해야 합니다.
대부분 이러한 주제의 작품들은 사대부 계층보다는 유교적 질서에 자유로웠던 기녀나 평민들이 작자층이었습니다.
이어서 화자의 적극적인 태도가 드러나는 작품을 살펴보겠습니다.
평양이 서울이지만은
새로 닦아 둔 이 작은 평양도 사랑하지마는
임과 이별해댜 한다면 차라리 김쌈하던 베를 버리고서라도
임이 사랑만 해주신다면 울면서 따라가겠습니다. (작자 미상, 서경별곡)
이 작품은 작자 미상의 '서경별곡'입니다. 이 작품에서의 화자는 이별을 거부하며 자기중심적이고 적극적인 태도의 여성입니다. 이별의 상황 속에서도 사랑만 해 주신다면 자신이 사랑하는 평양을 버리고서라도 따르겠다는 적극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2) 사랑과 연모의 정
우리 선조들은 애정 표현에 늘 소극적인 태도나 한으로 표현했던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특히 고려 시대 사람들은 매우 개방적이고 애정 표현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은 작품 '만전춘'을 비롯한 몇몇 고려 가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상황에 따라서는 적극적이거나 은근한 애정표현이 드러난 작품들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붉은 바위 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으라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
꽃을 꺾어 바치겠나이다. (어느 노인, 헌화가)
이 작품은 작자 미상인 어느 노인의 '헌화가'입니다. 이 작품에는 창작 배경 설화가 있는데요. 성덕왕 떄, 손정공의 부인 수로가 높은 산봉우리 위에 꽃이 무성하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내게 저 꽃을 꺾어 줄 사람은 없는가?"하니 아무도 '저기는 사람이 갈 수 없는 곳입니다'하고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이때 곁으로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노인이 그 꽃을 꺾어 바치면서 이 노래를 지어 불렀다고 전해집니다.
그런데 꽃만 드리는 게 아니라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신다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인은 아름다웠던 수로 부인에게 적극적인 애정 표현, 즉 구애를 한 것입니다.
4. 부정적 현실
봉건 사회나 지배층, 탐관오리에 대한 비판하고 풍자하는 노래.
여성의 삶의 애환을 드러내는 노래.
1) 현실 비판
조선 후기로 접어들면서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은 평민들이 점차 집권 세력의 무능과 허위, 부패를 인식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이 겪는 불합리한 모순과 부조리함을 비판하거나 부정적인 대상을 풍자하는 작품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이러한 특징의 대표적인 갈래가 사설 시조와 후기 가사입니다. 이 작품들에서는 평민들의 일상생활뿐 아니라 그에 따른 자신의 감정을 보다 솔직하게 표현했습니다.
다음 작자 미상의 작품을 통해 현실을 비판하고 풍자한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두꺼비가 파리를 물고 두엄 위에 뛰어 올라가 앉아
건너편 산을 바라보니 흰 송골매가 떠 있기에 가슴이 섬뜩하여 펄쩍 뛰어 내닫가다 두엄 아래 자빠졌구나
마침 날랜 나였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멍들 뻔했구나. (작자 미상)
이 작품은 작자 미상이며 당대의 부조리한 측면을 각 동물에 빗대어 우의적으로 풍자한 작품입니다. '파리'는 당대 힘없는 백성이자 수탈의 대상으로, '두꺼비'는 약자인 백성은 괴롭히고 강자인 중앙 관리는 두려워하는 탐관오리이며, '백송골'은 두꺼비보다 더 강한 권력을 가진 자로 중앙 관리나 외세를 상징합니다.
'두꺼비'는 '파리'에게는 횡포를 부리면서도 '백송골'앞에선 비굴한 모습을 보입니다. 이건 탐관오리들이 백성들을 수탈하는 한편 자신보다 강한 자들에게는 약한 모습을 보이던 당시의 사회상을 우의적으로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백송골'때문에 두엄 아래 자빠진 것에 대해 겸연쩍어 하면서도 자신을 합리화하는 '두꺼비'의 모습을 통해 양반들의 '허장성세(虛張聲勢)'를 풍자하고 있습니다.
▶백송골(중앙 관리, 외세)
▶두꺼비(양반층)
▶파리(힘없는 백성)
2) 여성의 삶과 애환
과거 일반 여성들은 부모 곁을 떠나 출가하면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이 시작되었는데요. 남편과 자식들을 살피고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시집살이까지 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여성들의 고통은 유교적 가부장제의 전통과 깊이 관련되어 있습니다.
민중의 생활상이 반영된 고전 시가에서도 이러한 여성의 삶과 애환이 나타났습니다. 특히 민요나 가사를 통해 부녀자가 겪는 일상의 고달픔과 그것을 해소하고자 하는 바람을 노래했습니다.
이상 고전 시가의 주요 주제인 유교, 자연 친화, 사랑과 이별 그리고 부정적 현실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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