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 노동과 관련된 순우리말(메지, 바치, 아퀴를 짓다)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일에 관련된 순우리말은 크게 일을 하는 행동과 일을 행하는 사람에 따라 나뉘는데요. [순우리말]을 통해 옛말을 통해 편안하게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일, 노동과 관련된 순우리말 가대기
가대기는 무거운 짐의 위쪽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이며, 곡식의 섬 같은 것을 메고 나르는 일을 카리키는 말입니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가대기꾼'이라고 합니다. 또한 전라도 일부 지방에서는 벼나 보리 등을 섬째로 훔쳐내는 것을 이르는 속어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건잠머리
건잠머리는 일을 시킬 때 대강을 가르쳐주고 또 필요한 기구를 준비해 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부하직원의 재량을 믿고 무작정 일을 시키기보다는 대강 알려주고 마련해 주는 것을 건잠머리라 합니다.
예) 처음 하는 일이지만 부장님이 꼼꼼하게 건잠머리를 해주셔서 수월하게 시작했습니다.
난든집
난든집은 손에 익은 재주를 의미합니다. 또한 '난든집이 생겨서 손에 익숙하게 된 것'을 '난든집 나다'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주방에서 오랜 시간 일을 한 요리사의 칼질은 마치 정교한 타악기 연주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는 오랜 기간 칼을 다루어서 '난든집'이 난 것입니다.
날일
날일은 날삯을 받고 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달마다 품삯을 주고받는 것은 '월급'이고, 일주일 단위로 품삯을 계산하는 것은 '주급'이고, 하루 단위로 셈한 품삯을 '날삯'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렇게 날삯을 받고 하는 일을 '날일'이라고 합니다. 요즘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일당제'와 같은 말입니다.
느루
느루는 한 번에 몰아치지 않고 시간을 길게 늦추어 잡는다는 의미입니다.
식량이 귀했던 옛날에는 보릿고개에 이르러 적은 양의 곡식으로 새 보리가 날 때까지 연명해야 했습니다. 이때는 양식을 조금씩 먹으면서 다른 때보다 오랜 기간 먹어야 했는데요. 그것을 '느루먹다'라고 했습니다. 보릿고개에는 다른 잡곡 따위를 많이 넣어서 밥을 지어 먹음으로써 쌀을 '느루' 먹었던 것입니다.
또한 '느루잡다'는 '손에 쥔 것을 느슨하게 잡다' 또는 '날짜나 시일을 충분하게 여유를 두고 느직하게 잡다'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늑줄 주다
늑줄 주다는 군대나 직장에서 아랫사람에게 엄한 감독을 늦추어 조금 자유롭게 풀어주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열과 체계를 중요시하고 규율이 엄격한 군대나 직장에서 긴장감 있게 지내다 얼마간 시간을 두고 풀어주는 것을 '늑줄 주다'라고 합니다. 이에 반대되는 의미는 '다잡이'입니다.
뒤쓰레질
뒤쓰레질은 일을 마친 뒤 그 자리에 생긴 쓰레기를 쓸어내는 일을 의미합니다. 어떤 일을 마친 뒤 그 자리에 생긴 쓰레기를 쓸어내는 일을 '뒤쓰레질'이라고 합니다.
예) 자신이 머무른 자리는 스스로 뒤쓰레질해야 합니다.
든손
든손은 일을 시작한 손. 일하는 김에 라는 의미입니다. '돈을 쓰다', '손 보다', '착수하다'처럼 '손'은 일을 하는 것과 관련된 말로 많이 사용됩니다. '든손'도 이와 같은 맥락입니다. 즉 일을 하려고 '손을 든'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 손. 일하는 김에'라는 뜻입니다. 같은 일을 오래 하다 보면 지치고 싫증이 나기 쉬운데요. 그럴 때는 든손에 일을 끝내야 합니다.
'든손'은 명사로 쓰일 때는 '-에' 따위의 조사가 붙습니다. 그러나 '나는 든손 삽자루를 쥐고 땅을 파기 시작하였다.'처럼 부사로 쓰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망설이지 않고 곧, 얼른'이라는 뜻이므로 조사가 붙지 않습니다.
등태
등태는 짐을 져서 나르거나 지게를 질 때 등이 배기지 않도록 짚으로 엮어 등에 걸치는 물건입니다. 지게질이나 등짐을 하다 보면 어깻죽지 부근이 벌겋게 벗겨져 고통스러운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등태'를 둘러 지게의 딱딱한 부분이 직접 등에 닿지 않도록 합니다. 요즘에도 옛날처럼 짚으로 만든 등태 대신 부드러운 면수건이나 천 조각으로 등태를 만들어 걸치기도 합니다.
매나니
매나니는 일할 때 도구가 없이 맨손임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매나니'는 '맨손'이라는 말로 바꾸어도 그 뜻에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맨손'이라 하면 '도구가 없다'는 뜻보다는 '가진 돈이나 재산이 없는 빈손'이라는 뜻이 더 많습니다.
'매나니'는 원래 '반찬 없는 맨밥'이라는 뜻이었다가 '도구 없는 맨손'을 가리키는 말로 그 뜻이 넓어져 '맨손'과 '맨밥'을 다 포함하는 뜻으로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메지
메지는 일의 한 가지가 끝나는 단락, 또는 일의 한 매듭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래서 한 가지 일을 끝내어 해치우는 것을 '메지대다'라고 합니다. 또한 '일의 끝을 단단히 맺어 단속하는 일'을 '메조지'라고 합니다. 일은 시작도 중요하지만 '메조지'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목도
목도는 돌덩이 같은 무거운 짐이나 물건을 밧줄로 얽어 어깨에 메고 옮기는 일을 의미합니다. 큰 돌덩이 같은 물건을 옮길 때 먼저 물건을 밧줄로 얽어맨 다음 밧줄과 물건 틈으로 굵고 긴 막대기를 꽂어 넣고, 두 사람이 막대리 양 끝을 각각 어깨 위에 걸치고 나르는 것이 '목도'입니다.
막대기가 두 개일 때는 네 사람이 필요한데요. 이런 일을 하는 사람을 '목도꾼'이라고 합니다.
바치
바치는 어떤 물건을 만드는 것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바치'는 한자말로 '장인(匠人)'에 해당하는 순우리말입니다. '-장이'와 비슷한 말이기도 하지만 '-바치'는 제조업자를 주로 지칭하는 말입니다. 이에 '갖바치'는 가죽신을 만들어서 파는 사람이며, '성냥바치'는 단지 성냥을 파는 사람이 아니라 성냥을 '만들어'파는 사람입니다.
벗장이
벗장이는 일에 익숙하지 못한 바치(장인) 또는 뭔가 배우다 그만둔 사람을 의미합니다. '벗장이'에서 '벗-'은 일정한 테두리 밖으로 '벗어 나는'것을 의미하는 접두사입니다. 이에 '벗장이'라고 하면 '장인'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는 것을 뜻하므로 결국 '장인'이 되지 못하였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예를 들어 '복수벗장이'라고 하면 어설픈 목수이거나 목수가 되려다 그만둔 사람을 뜻하며, '활량 벗장이'라고 하면 활쏘기를 어설프게 익혔거나 그것이 되다 만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벗장이와 같은 말로 '반거들충이'라고도 합니다. 또한 비슷한 옛말로 '쥐대기'라는 말이 있는데요. 이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재주가 없는 서투른 장인'을 의미합니다.
신들메
신들메는 먼 길을 걸을 때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동여매는 일, 또는 동여매는 끈입니다. 짚신을 신고 먼 길을 걸어다니던 시절에는 산들메에 신경을 썼을 텐데요. 짚신이라는 것이 오늘날의 운동화처럼 발에 밀착이 되는 신이 아니었기에 먼 길을 떠나기 전에는 꼭 산들메를 잘 동여매야 했습니다. 또한 걷는 중에 산들메를 고쳐 매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었으므로 출발 전에 단단히 동여맸습니다.
이에 산들메는 어떤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각오와 준비를 빈틈없이 하는 것을 뜻하기도 합니다.
아퀴를 짓다
'아퀴를 짓다'는 어수선한 일을 갈피 잡아 끝매듭을 짓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의 끝을 마무르다'는 뜻 외에 '일의 가부를 결정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일을 그저 벌이기만 하고 수습을 잘 못하고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번 시작한 일은 반드시 아퀴를 지은 다음에야 다른 일로 넘어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당연히 아퀴를 잘 짓는 사람이 실속이 있으며 사람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해찰
해찰은 일에 애착이 없어 온갖 물건을 부질없이 마구 집적여 해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마음에 썩 내키지 아니하여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쓸데없이 다른 짓을 하는 것입니다. 주로 '해찰부리다'와 같이 쓰이는데, '해찰스럽다', '해찰하다', '해찰궂다'의 형태로 쓰이기도 합니다.
또한 해찰을 부리는 버릇이 있는 사람을 일러 '해찰궂다'라고 합니다. 공부를 하는 중에 공연히 책상 서랍의 물건을 뒤적이는 것도 해찰의 한 가지입니다. 공부를 하면서 공연히 책상 서랍의 물건을 뒤적이는 것도 해찰의 한 가지입니다.
이외 일 노동과 관련된 순우리말
1) 가락 나다 : 솜씨, 조건, 분위기 따위로 말미암아 진행 상태가 좋아 능률이 오르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가락 떼다 : 신나는 일에 첫 동작을 시작하다. 착수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3) 갈무리 : 저장, 자신에게 닥친 일을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4) 겨끔내기 : 서로 번갈아 하기, 교대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5) 길속 : 전문적으로 솜씨가 익숙해진 일의 속내, 여기서 '길'은 방법, 요령을 의미합니다.
6) 다잡이 : 풀어주었던 것을 바싹 잡아 죄는 일입니다.
7) 바심 : 재목을 깎거나 파서 다듬는 일, 굵은 것을 잘게 만드는 일. '풋바심'의 줄임말입니다.
8) 밟다듬이 : 종이나 피륙을 밟아서 구김살을 펴는 일을 의미합니다.
9) 살손 : 정성 들여 힘껏 일하는 손. 연장을 쓰지 않고 일을 하는 맨손을 의미합니다.(-을 붙이다.)
10) 서리치기 : 나무 베는 곳을 마련하기 위하여 벨 나무의 둘레에 있는 잔 나무를 베어 없애는 일을 의미합니다.
11) 세나절 : 잠깐이며 할 수 있는 일을 일부러 느리게 하여 늦어지는 동안을 조롱하는 의미입니다.
12) 실떨음 : 신이 나는 대로 실컷 해버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13) 억짓손 : 무리하게 해내는 솜씨를 의미합니다.
14) 염접 : 종이나 피륙, 떡 따위의 가장자리를 접거나 베어 가지런하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5) 온품 : 하루 동안 일한 품이나 품삯. (=일당). 한나절의 품이나 품삯은 '반품'이라고 합니다.
16) 울력 :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서 하거나 이루는 일 또는 그 힘을 의미합니다.
17) 이새 : 바느질, 청소 따위의 여러 가지 집안일. 즉 가사노동을 의미합니다.
18) 일쑤 : 가장 좋은 수, 최선책을 의미합니다.
19) 잔재비 : 자질구레하고 공교로운 일을 잘하는 손재주, 또는 큰일이 벌어진 판에서 잔손이 자주 가는 일을 의미합니다.
20) 잡도리 : 잘못되지 않도록 엄하게 단단히 단속하는 일. 어떤 일에 대해서 미리 충분한 준비나 대책을 갖추는 일을 의미합니다.
21) 잡을손 : 일을 잡고 다잡아 해내는 솜씨를 의미합니다.
22) 잡힐손 : 무슨 일에든 쓸모가 있는 재간, 물건을 사서 가지거나 맡을 임자를 의미합니다.
23) 처서판 : 막벌이 노동을 하는 험한 일판을 의미합니다.
24) 품땜질 : 근본적인 대책은 세우지 않고 임시로 수습해 넘어가는 것, 미봉책을 의미합니다.
25) 한소끔 : 한번 부르르 끓어오르는 모양. 일정한 정도로 한 차례 진행되는 모양을 의미합니다.
26) 해전치기 : 해가 지기 전까지 일을 끝마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상 일, 노동과 관련된 순우리말(메지, 바치, 아퀴를 짓다)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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