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입니다.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을 파악 하고 시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자아를 분석하여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했던 문학들은 오롯이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윤동주 쉽게 씌어진 시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인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 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린 때 동무를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나는 다만,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인생은 살기 어렵다는데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육첩방은 남의 나라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
쉽게 씌어진 시 시어·시구 풀이
시어 풀이
1) 육첩방 : 일본식 돗자리인 다다미 여섯 장 크기의 작은 방.
2) 천명 : 하늘이 내린 피할 수 없는 운명.
3) 침전 : 액체 속에 섞인 작은 고체가 밑바닥에 가라앉음. 또는 그 앙금. 기분 따위가 가라앉음.
4) 속살거리다 : 자질구레한 말로 속닥거리다.
5) 밤비 : 현실의 어두움과 괴로움을 암시.
6) 등불 : 현실 극복의 의지
7) 어둠 : 일제 강점기의 암울한 현실
8) 아침 : 희망찬 미래, 새로운 세계, 조국의 광복
9) 악수 : 현실적 자아와 이상적 자아의 화해, 현실 극복 의지
시구 풀이
1) 창밖에 - 육첩방은 남의 나라
시적 화자가 처한 상황을 시·공간적 배경을 통해 나타내고 있는 구절입니다. 여기서 '밤비'는 시적 화자의 자기 성찰이 이루어지는 시간적 배경으로, 현실의 어둠과 괴로움을 암시합니다. '육첩방'은 익숙지 않은 일본식 생활 공간으로, 시적 화가를 구속하고 억압하는 시대 상황을 가리킵니다.
2) 시인이란 슬픈 - 적어볼까
시인은 현실에 직접 참여해서 싸우는 이가 아니라 언어를 다루는 사람입니다. 즉 암담한 현실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즉 암담한 현실에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이 시인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시를 쓸 수밖에 없는 괴로움을 '슬픈 천명'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3) 나는 무얼 바라 -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일상적인 무의미한 삶에 대한 회의감을 통해 자기 성찰을 보여 주고 있다. 즉, 현실적 자아와 내면적 자아의 갈등 속에서 이루어지는 끝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의문문 형식으로 나타낸 것입니다.
4) 등불을 밝혀 -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끝까지 어두운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새로운 시대를 기다리며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겠다는 시적 화자의 현실 극복 의지가 드러나 있습니다.
5) 나는 나에게 - 최초의 악수
이상과 현실의 괴리로 인한 내면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의 갈등을 경험해야 했던 시적 화자가, 처음으로 '눈물과 위안'을 통해 화해에 도달하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희망이 나타나 있습니다.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저항적, 반성적, 미래 지향적
제재 : 현실 속의 자신의 삶, 시가 쉽게 씌어지는 것에 대한 부끄러움.
주제 :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의 고뇌와 자기 성찰. 이 시의 화자은 부정적인 현실 속에서의 무기력한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현실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특징 : 1) 서술에 의한 심상의 제시 2) 시각적 심상을 지닌 상징어의 대립
표현 방법 : 이 시는 '밤비', '어둠'의 부정적 이미지와 '등불', '아침'의 긍정적 이미지가 어두움과 밝음의 시각적 이미지의 대비를 보이면서 작품의 주제 의식을 부각하고 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린다는 표현에는 자연물인 '밤비'를 사람처럼 표현한 의인법이 드러납니다.
◈이 시는 윤동주가 일본에 유학 중이던 1942년 씌어진 현존하는 시인의 최후작으로, 시의 일반적 주제인 자기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어두운 시대를 살아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면서도 절망하거나 체념하지 않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며 자신의 손을 잡습니다.(악수) 이때 두 사람의 '나'는 현실 속에서 우울한 삶을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그것을 반성적으로 응시하는 또 하나의 자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 파악하기
시적 화자 : 밤비가 내리는 날 남의 나라 (일본)에 머물고 있는 '나'
시적 대상 : 자신의 삶
시적 화자의 정서·태도
1) 정서 : 부끄러움, - "시가 이렇게 쉽게 씌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2) 태도 : 성찰적, 의지적 - "시가 이렇게 - 부끄러운 일이다", "등불을 밝혀 -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 최초의 악수"
삶에 대한 회의, 무력감 → (성찰) 부끄러움 → (화해) → 미래에 대한 희망, 극복 의지
쉽게 씌어진 시 구조 정리
▶1연 : 구속과 부자유의 현실.
▶2연 : 슬픈 천명.
▶3연 - 4연 : 현재 삶에 대한 회의.
▶5연 - 6연 : 현재 삶에서의 상실감과 희의.
▶7연 : 나의 삶에 대한 부끄러움.
▶8연 : 내면의 각성과 현실의 재인식.
▶9연 : 나의 희망적 의지.
▶10연 : 현실을 긍정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짐.
시 '쉽게 씌어진 시' 속의 두명의 자아
이 시는 두 자아의 대립과 갈등, 갈등 화해의 과정이 시상 전개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 시의 마지막 연에는 '나'가 두 번 나옵니다. 전자로 최흐로 지조를 지키는 내면적 자아로, 시적 화자가 바라는 삶의 모습으로, 후자는 늙은 교수의 강의를 들으러 가는 모습으로 형상화되어 있는 이제까지의 부끄러운 현실적 자아로, 시적 화자가 부끄러워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즉, 두 자아란 잘못된 현실을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체념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실적 자아와, 이 잘못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의 과정을 통과한 끝어 도달한 내면적 자아를 말합니다. 이 두자아는 어두운 시대 현실을 살아가는 시적 화자가 마주칠 수밖에 없는 이상과 현실의 어긋남을 표현하기 위한 시적 장치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 자아 : 어두운 시대 현실 속에서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나'
▶이성적 자아 : 자아 성찰을 거쳐 도달한 성숙한 자아, 부정적 현실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가진 '나' = '최후의 나'
▶현실적 자아와 이성적 자아의 화해는 '최초의 악수'(두 자아의 화해, 현실 극복 의지)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 밖에 또 다른 '두 자아'가 등장하는 윤동주의 작품으로는,
1) 자화상 : 우물 속의 사나이.
2) 또 다른 고향 : 백골, 아름다운 영혼.
3) 길 : 담 저쪽에 남아 있는 나.
4) 참회록 : 거울 속의 얼굴.
마지막으로 이 시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 이육사의 '광야'를 안내해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이육사 광야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상 윤동주의 '쉽게 씌어진 시' 속의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 파악, 그리고 시 속에 등장하는 두 명의 자아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해법문학 현대시3, 강승원 외,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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