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다

[다시 읽는 국어책] 김광섭 시 성북동 비둘기. 비둘기의 다의적 해석

반응형

오늘의 시는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입니다. (비둘기의 다의적 해석)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김광섭  성북동 비둘기

성북동 산에 번지가 새로 생기면서

본래 살던 성북동 비둘기만이 번지가 없어졌다.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에 떨다가

가슴에 금이 갔다.

그래도 성북동 비둘기는

하느님의 광장 같은 새파란 아침 하늘에

성북동 주민에게 축복의 메시지나 전하듯

성북동 하늘을 한 바퀴 휘 돈다.

 

 

성북동 메마른 골짜기에는

조용히 앉아 콩알 하나 찍어 먹을

널찍한 마당은커녕 가는 데마다

채석장 포성이 메아리쳐서

피난하듯 지붕에 올라앉아

아침 구공탄 굴뚝 연기에서 향수를 느끼다가

산 1번지 채석장에 도로 가서

금방 따 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예전에는 사람을 성자처럼 보고

사람 가까이 사람과 같이 사랑하고

사람과 같이 평화를 즐기던

사랑과 평화의 새 비둘기는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사랑과 평화의 사상까지

낳지 못하는 쫓기는 새가 되었다.

 

 

 

작가 김광섭

시인, 함북 경성 출생입니다. (1905-1977) 1927년 창간한 '해외 문학'과 1931년 창간한 '문예 월간' 동인으로 문학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초기에는 고독과 불안이라는 허무 의식을 노래했으며, 이후에는 생활적인 소재를 인간애로 노래했습니다. 시집으로는 '동경', '해바라기', '성북동 비둘기', '김광섭 시선집'등이 있습니다.

 

 

이 시의 목표는 물질 문명 시대의 자연의 소중함과 사랑,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있습니다.

 

작품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성격 : 비판적, 상징적, 주지적

제재 : 비둘기

주제 : 자연 파괴와 인간성 상실에 대한 비판.

특징 

1) 선명한 감각적 이미지를 제시함.

2) *우의적인 표현을 통해 시상을 전개함.

*우의 : 인간이 아닌 사물과 관련된 이야기나 진술을 통해 인간의 삶과 의식에 대한 의미를 비유적으로 드러낸 것.

3) 상황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후, 주제로 집약시킴.

 

 

 

시어·시구 풀이

시어 풀이

1) 채석장 : 석재(石材)로 쓸 돌을 캐거나 떠 내는 곳입니다.

 

2) 구공탄 : 구멍이 뚫린 연탄을 통틀어 이르는 말입니다.

 

3) 비둘기 : 현대 문명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상징합니다.

 

4) 번지 : 삶의 터전을 의미함. '생긴 번지 번지' 는 문명을, '없어진 번지'는 자연을 상징합니다.

 

5) 마당 :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공간입니다.

 

6) 포성 : 문명의 횡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현실의 구체적인 소재입니다.

 

7) 사랑과 평화 : 문명화되기 이전 인간이 자연과 공존하면서 지니고 있어썬 원초적 감정입니다.

 

 

 

시구 풀이

 

1) 성북동 산에 ~ 번지가 없어졌다.

사람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비둘기의 보금자리가 없어졌음을 의미합니다.

 

2) 새벽부터 돌 깨는 ~ 가슴에 금이 갔다.

자신의 보금자리가 파괴되는 현실에 대한 비둘기의 상심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하고 있습니다.

 

3) 성북동 메마른 ~ 포성이 메아리쳐서

인간의 파괴 행위가 자연을 어떻게 훼손하고 있는지를 보여 주는 부분이다. '채석장 포성'은 인간의 자연 파괴 행위와 인간 문명의 폭력성을 상징합니다.

 

4) 금방 따 낸 돌 온기에 입을 닦는다.

비록 파괴되기는 했으나 아직 자연의 체취를 지니고 있는 돌에서 손상되기 전 자연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비둘기의 행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5) 이제 산도 잃고 사람도 잃고

비둘기가 삶의 터전도 잃어버리고 사람과의 유대도 끊어졌음을 뜻합니다. '산'은 삶의 터진인 자연을 의미합니다.

 

6) 사랑과 평화의 ~ 새가 되었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사랑과 평화라는 원초적인 감정까지도 잃어버린 인간의 황폐한 모습을 비둘기를 통해 나타낸 것입니다.

 

 

 

 

이해와 감상

1연 : 자연의 파괴로 생존의 터전을 잃어버린 비둘기

 

2연 : 인간 문명에 쫓기며 옛날을 그리워하는 비둘기

 

3연 : 자연과 사람으로부터 소외되고 평화를 잃어버린 비둘기

 

 

 

이 시는 산업화, 도시화로 인해 황폐해진 자연으로부터 점차 소외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성북동 비둘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이 목표하는 것은 현대 문명의 비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물질 문명 시대의 자연의 소중함과 사랑,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데 있습니다.

 

 

이 시의 특징이기도 한 구체적 상황 제시가 지니는 효과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문명 비판의 작품들은 관념적이고 선언적인데 이 시는 그러한 관념성과 추상성을 대상에 대한 묘사를 통해 극복하고 있습니다. 즉, 비둘기라는 대상이 처한 상황을 1, 2연에서 구체적으로 묘사한 후 3연에서 화자의 우의적 해석을 통해 주제를 드러냄으로써 구체성을 획득하고 있습니다.

 

 

 

'성북동 비둘기' 제재 '비둘기'의 다의(多義)적 해석

이 시의 제재인 '비둘기'를 통해 산업화, 도시화된 시대의 문제점을 비판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비둘기'가 상징하는 의미는 크게 세 가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첫째, 지시적 의미 그대로의 해석으로 인간에 의해 파괴되는 자연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둘째, 도시 변두리의에 살던 주민들이 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철거로, 살던 집을 잃고 밀려나는 현실을 비유적으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셋째,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비인간적인 현대 문명에 의해 소외를 경험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지만 문명의 발달로 인해 점점 소외되어 가는 대상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와 함께 감상하면 좋을 박남수 시인의 '새'를 안내해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박남수 새

하늘에 깔아 논 

바람의 여울터에서나

속삭이듯 서걱이는

나무의 그늘에서나, 새는

노래한다. 그것이 노래인 줄도 모르면서

새는 그것이 사랑인 줄도 모르면서

두 놈이 부리를

서로의 쭉지에 파묻고

따스한 체온을 나누어 가진다.

 

 

새는 울어

뜻을 만들이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

 

 

- 포수는 한 덩이 납으로

그 순수를 겨냥하지만,

매양 쏘는 것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에 지나지 않는다.

 

 

 

이 시는 생명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인간의 인위성과 파괴성에 대립시켜 문명 비판적 주제를 제시한 작품입니다.  1-2연에서 화자는 순수하고 꾸밈과 거짓이 없는 '새'의 모습을 통해 자연의 수순수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3연에서는 '포수'와 피에 젖은 한 마리 상한 '새'의 대조를 통해 사람의 손에 의해 파괴된 자연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상 김광섭의 '성북동 비둘기'(비둘기의 다의적 해석)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해법문학, 강승원 외 천재교육)

 

 

 

[다시 읽는 국어책] 한용운 시 님의 침묵. 복종. 님의 상징적 의미

 

[다시 읽는 국어책] 한용운 시 님의 침묵. 복종. 님의 상징적 의미

오늘의 시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입니다. '님의 침묵'에 드러난 불교적 세계관과 '님'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

nocturne13.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