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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어책] 한용운 시 님의 침묵. 복종. 님의 상징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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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는 한용운의 '님의 침묵'입니다. '님의 침묵'에 드러난 불교적 세계관과 '님'의 상징적 의미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한용운  님의 침묵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서(盟誓)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을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시어 풀이

1. 깨치고 : '깨뜨리고'의 사투리.

 

2. 지침 :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해 주는 준칙.

 

3. 정수박이 : '정수리'의 강원도 사투리. 머리 위에 숨구멍이 있는 자리.

 

4. 푸른 산빛 : 미래에 대한 찬란한 희망을 뜻함. '단풍나무 숲'과 대조를 이룸.

 

5. 단풍나무 숲 : 절망, 조락의 의미로, 불교의 '공(空)' 사상과 연결됨.

 

6. 맹서(盟誓) : 맹세의 본딧말.

 

7. 옛 맹서 : 영원히 변치 않을 듯한 찬란한 사랑의 약속을 의미함. '차디찬 티끌'과 대조를 이룸.

 

 

 

시구 풀이

1. 님은 갔습니다. ~ 님은 갔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이별의 상황을 제시하고, 이를 다시 '아아'라는 영탄과 더불어 반복하고 있는 데에서, 이별의 상황을 당한 시적 화자의 충격이 드러나 있습니다.

 

 

2. 푸른 산빛을 ~ 펼치고 갔습니다.

임은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 산빛'을 깨뜨리고 그 푸른빛이 소멸된 절망이나 좌절의 표상인 '단풍나무 숲'방향의 길로 가 버렸다는 의미입니다.

 

 

3. 그러나 이별을 ~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이별을 했다고 해서 쓸데없이 울기만 하는 것은, 화자 스스로 사랑을 영원히 깨뜨려 버리는 일이라는 의미로, 화자는 이별의 슬픔을 새로운 희망으로 전이시키는 것입니다.

 

 

4. 우리는 만날 ~ 만날 것을 믿습니다.

만남이 이별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면, 이별도 또 다른 만남을 내포한다는 뜻으로,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불교적 사상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5. 제 곡조를 ~ 휩싸고 돕니다.

임은 반드시 돌아올 사람이기 때문에 화자는 현재의 이별의 상황을 그저 '님이 침묵하는'동안으로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작품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낭만적, 상징적, 의지적, 역설적

 

▶ 제재 : 임과의 이별

 

▶ 주제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

 

▶ 특징 

1. 역설적 표현이 두드러짐.

2. 불교적 비유와 고도의 상징이 돋보임.

3. 여성적 어조와 경어체를 사용함

 

▶ 출전 : '님의 침묵'(1926)

 

 

 

시상 전개와 구조

이 시는 불교의 역설적 진리를 바탕으로 하여 임과의 이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그것을 새로운 만남의 희망으로 전환시켜 노래하고 있습니다.

 

▶ 1행 - 4행 : 이별의 상황 (기)

 

▶ 5행 - 6행 : 이별 후의 고통과  슬픔 (승)

 

▶ 7-8행 : 고통과 슬픔을 극복한 새로운 희망 (전)

 

▶ 9-10행 : 임에 대한 영원한 사랑의 다짐(결)

 

 

 

'님의 침묵'의 역설적 구조

이 시에서 화자는 삶에 있어서의 만남과 헤어짐의 실상을 역설적인 불교적 시각으로 깨닫고 자신이 처한 이별의 슬픔을 새로운 만남의 희망으로 전환시키고 있습니다. 떠났다고 생각했던 '임'은 사실은 떠난 것이 아니라 다만 내 주위에서 단지 '침묵'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음을 알게 되고, '나'는 그 침묵하고 있는 임을 위해 '벅찬 사랑의 노래'를 부르게 되는 것입니다.

 

 

 

시상의 전환 - 역전 구조

이 시는 '님은 갔습니다.'라고 하여 임과의 이별을 확인하는 말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1-6행까지는 사랑하는 '님'과의 이별로 인한 슬픔과 괴로움을 묘사하다가, 7행의 '그러나'라는 접속어에 의해 시적 상황이 급전하게 됩니다. 즉, 화자의 정서가 이별의 '슬픔'에서 '희망'으로 전환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슬픔을 희망으로 역전시킬 수 있는 힘은 삶에 있어서의 만남과 헤어짐의 실상을 깊이 있게 깨닫는 데서 비롯되고 있습니다.

(이별 → 슬픔 → 희망 → 만남)

 

 

 

'님의 침묵'에 드러나는 불교적 세계관

이 시는 승려인 시인의 불교적 윤회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만남 뒤의 이별과 그 역(逆)을 동시에 성립시키는 사상, 즉 '임의 부재=임이 존재'라는 역설의 성립을 가능케 하는 시인의 사상은 보편적인 종교 사상으로서만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당대 현실의 토대 위에 형성된 사상으로서 구체적 가치를 갖습니다.

 

 

 

'님'의 상징적 의미

한용운 시집 <님의 침묵> 서문에서, '기룬(찬양하는)것은 다 님이다.'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한용운이 생애를 통해 '기루었던', '부처님'이나 '불교의 진리', '조국', '어느 여인'등으로 그의 임을 추측할 수 있으며, 포괄적 의미에서는 '절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그가 일제에 끝까지 저항한 의지적 독립 지사임을 생각하면, 그것이 '조국'일 가능성도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하면 좋을 한용운의 시 '복종'을 안내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한용운  복종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복종하고 싶은데 복종하는 것은 아름다운 자유보다도 달콤합니다. 그것이 나의 행복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다른 사람을 복종하라면 그것만은 복종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복종하려면 당신에게 복종할 수가 없는 까닭입니다.

 

 

 

이상 한용운의 시 님의 침묵'에 드러난 불교적 세계관과 '님'의 상징적 의미애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해법문학,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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