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림 한 편과 두 편의 시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그림은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 시는 송수권의 세한도, 정호승의 세한도입니다. 같은 제목을 두고 있는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보겠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歲寒圖)는 제주도에서 귀양살이를 할 때, 북경에서 귀한 책들을 두 번이나 구해준 제자 이상적에게 답례로 그려준 그림입니다. 그림 오른쪽 위에 세한도라는 제목과 함께 '우선시상', '완당'이라 쓰고 도장을 찍었으며, 그림 왼쪽에는 단정한 해서체로 그림의 제작 경위를 적어놓았습니다.
세한도(歲寒圖)라는 제목은 논어 자한편에서 가지고 왔는데, 사람은 고난을 겪을 때야 비로소 그 지조의 일관성이나 인격의 고귀함 등이 드러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절이 좋을 때나 고난과 핍박을 받을 때나 한결 같이 인격과 지조를 지켜야 한다는 추사의 이런 다짐은 여러 문인들에게 감동을 주었습니다.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의 지조에 비유했으며, 한 채의 집을 중심으로, 좌우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대칭을 이루고 있습니다. 주위를 텅 빈 여백으로 처리해 극도의 절제와 간략함을 보여주고 있으며 마른 붓질과 묵의 농담, 간결한 구성은 지조 높은 김정희의 내면세계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림에 까마귀는 등장하지 않지만, 추운 겨울의 추위를 견디는 낙락장송을 그려넣어 스승과 제자의 지조를 까마귀들의 지조로 언급했습니다.
세한도 발문
(*세한도 발문 중 일부를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지금 그대가 나를 대하는 것을 보면, 내가 곤경을 겪기 전에 잘 대해 주지도 않았고 곤경에 처한 후에 더 소홀히 대해주지도 않았다. 그러나 나의 곤경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만한 것이 없겠지만, 나의 곤경 이후의 그대는 역시 성인으로부터 칭찬을 들을 만하지 않겠는가? 성인께서 유달리 칭찬하신 것은 단지 엄동을 겪고도 꿋꿋이 푸르름을 지키는 송백의 굳은 절조만을 위함이 아니다. 역시 엄동을 겪은 때와 같은 인간의 어떤 역경을 보시고 느끼신 바가 있어서이다.
세한도는 현재 국보 제180호로 지정되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이 원소유주로부터 기탁 받았다가 현재는 완전히 기증받아서 소유하고 있습니다. (참고-한국민족문화대백과, 나무위키)
송수권의 시 세한도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가지 끝 위로 치솟으며 몸놀림하는 까치 한 쌍
이 여백에서 폭발하는 울음......
먹붓을 들어 빈 공간에 선을 낸다
고목나무 가지 끝 위에 까치집 하나
더 먼 저승의 하늘에서 폭발하는 울음......
한 폭의 그림이
질화로같이 따숩다.
- 송수권 <꿈꾸는 섬> 문학과 지성사, 1983년
시어 풀이
▶ 세한 : 설 전후의 추위라는 뜻으로 매우 심한 한겨울의 추위를 이르는 말입니다.
▶ 질화로 : 질흙으로 구워 만든 화로입니다.
*질화로는 질흙으로 구운 화로입니다. 투박하게 만든 화로지만 모든 이들의 마음속에 따뜻함을 불러일으키는 소중한 도구였습니다. 이 시에서 화자는 본인이 창조해낸 세계를 '질화로'에 비유해서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 냈습니다.
작가 송수권은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를 제재로 하여 삶과 죽음의 연속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김정희의 그림에 '까치 한 쌍'과 '까치집'을 추가하여, 저승과 하늘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를 통해 삶과 죽음을 연결 짓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세상을 따숩게 (따뜻하게) 표현했습니다.
정호승의 시 세한도
영등포역 어느 뒷골목에서 봤다고 하고
청량리역 어느 무료급식소에서 봤다고 하는
아버지를 찾아 한겨울 내내
서울을 떠돌다가
동부시립병원 행려병동으로 실려가
하루에도 몇 명씩 죽어나가는 행려병자들을 보고 돌아와
늙은 소나무 한그루 청정히 눈을 맞고 서 있는
아버지의 텅 빈 방문 앞에 무릎을 꿇고 앉다
바람은 차고 달은 춥다
솔가지에 내린 눈은 더이상 아무 데도 내릴 데가 없다
젊은 날 모내기를 끝내고 찍은
아버지의 빛바랜 사진 옆에 걸려 있는
세한도 속으로
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아 춥다
-정호승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열림원 1998년
작가 정호승의 '세한도'는 행방불명이 된 아버지를 찾지 못한 절망감과 쓸쓸함을 그림 '세한도'를 통해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상 추사 김정희의 그림 '세한도'(세한도 발문)와 작가 송수권, 정호승의 시 '세한도'에 대한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그림,한시] 신사임당의 그림 초충도와 초서, 한시 사친과 유대관령망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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