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는 9년 된 반려 식물 치자나무가 있습니다. 실은 예전부터 집에 방문한 지인(꽃꽂이 경력 최소 20년)께서 "가지치기를 해줘야 웃자라지 않고 예쁘게 큰다."며 말씀해주셨는데요. 작기도 작고 가지치기를 한 후 가지를 어찌해야 할지... 무엇보다 가위로 댕겅 자르는 가지치기가 무서워 도저히 엄두를 못 냈습니다.
그렇게 치자가 사춘기도 겪고 얼추 제 나이가 되어서 해준 가지치기입니다.
싹을 내려준 고마운 나의 치자. 치자 물꽂이
처음 식물을 키우는 제가 '가지치기'라는 용기를 내기까지 두 개의 큰 마음이 있었습니다.
첫째, 치자의 키와 체격 대비, 올해 꽃송이가 너무 많이 달려 안쓰러웠어요. 처음엔 작년보다 배로 달린 꽃송이가 반갑고, 한 송이씩 피울 때마다 기특했는데요.주렁주렁 달려 있는 꽃송이 끝 줄기가 너무 힘들어 보였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무려, 시간 차를 둔 10 쌍둥이였어요.
둘째, 블로그 이웃님께서 당신도 가지치기가 너무 어려웠지만 "자녀분 손톱 자르듯이 잘라주니 더욱이 튼튼하게 자라는 게 눈에 보인다."는 말씀에 저도 용기를 내어 봤지요.
'특히나 손톱 자르듯이'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치자. 한 달을 기다리니 꼬물꼬물 뿌리가 나왔어요.
물꽂이를 하고 일주일 가량은 이파리가 누렇게 바래며 말라가서, 에구! 죽었구나.. 했습니다. 그러면서 괜한 짓을 했다며 속상해 하던 중, 신기하게도 일주일이 지나서부터는 더 이상 바래는 이파리가 없이 고대로 지냈습니다.
화병에 담아 둔 물꽃이었지만 확실히 화병 속에 꽂혔던 수많은 꽃들과는 다른 담김이었는데요.화병에 물만 넣어 꽂아두었는데 마치 흙에서 자라는 느낌이었어요.
무슨 용기로 '물꽂이', '가지치기' 하나 검색해보지 않고 무모하게 담거만 놨는지.
그럼에도 용케 버텨주는 치자가 고마우면서도 한 달 가까이 되니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너 살아 있는 거 맞지?"
"우리 만나기는 할 거지?" 하루에 몇 번씩 치근대며 재촉을 했는지 몰라요.
그런데 한 달 지나자
뿌리가 하나 꼬물거리며 뾰족 나오더니 그 뒤로는 쑥쑥 자랐습니다. 오히려 꼬물꼬물 여려 개의 뿌리를 내리고 나니 이때부터는 인내심이 생겨, '한 달 넘게 기다렸는데.. 며칠을 못 참겠어.' 그렇게 뿌리 내린 후 2주가 지나 화분에 옮겨 주었습니다.
아가 치자, 뽀얀 새집으로 이사했어요.
요즘 은근히 마트에서 마음에 꼭 드는 화분을 찾기 어려워요. 진열의 편리함이나 파손의 우려를 걱정해선지. 있어도 그나마 플라스틱 화분이었습니다. 안 그래도 실내에서 키우는 것도 미안한데 플라스틱은 도저히 못 사겠어서, 무광의 토기를 찾다 찾다 못 찾아 혹시나 해서 들른 다이소에서 천 원 주고 산 화분입니다. 무광이었으면 좋겠지만 색깔이나 디자인, 가격 어느하나 빠지는 게 없어 쑝 데리고 왔어요. 여기에 저희 거실엔 귀욤귀욤 소품들이 하나도 없어. 같이 친구 하라고 왼편에 있는 삐삐머리 인형도 2천 원 주고 데리고 왔어요. 새집보다 비싼 인형이에요.ㅋㅋ
우리 건강하게 잘 살게요^^
엄마 치자, 아가 치자 가족사진을 찍어줬어요. 사람으로 치면 성장 일기 중 이제 백일이 지난 거겠지요.
내년 봄에도 감사하게 또 치자가 꽃을 피우면 엄마 치자꽃소식과, 내년 봄이면 어엿한 어른이 되어있을 아가 치자.. 아니 어른 치자 이야기도 전해드릴게요.
저는 무모하게 아무것도 모르며 가지치기며 물꽂이를 해줬는데요.
포스팅을 하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글을 남기고 싶어 뒤늦게 찾아보니,
물꽂이를 할 때 약국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갈색 드링크제 용기에 시도하면 성공률이 매우 높다고 합니다. 빛 투과율이 낮아 뿌리 발근에 효과적이고, 게다가 입구가 적당하게 좁아서 수분의 증발도 막아주고, 줄기를 고정하기가 용이하다네요. 또한 물을 넣을 때 발근제를 조금 첨가해주면 더욱 효과적입니다.(나무 위키 백과 참고)
식물에 대해서는 유난히 겁이 많은 저도 용기를 내어 한 가지치기였는데요. 확실히 가지치기를 한 후 이웃님 말씀대로 가지 사이로 빼꼼! 싹도 나오고 눈에 띄게 이파리도 튼튼해지고 있습니다. 마음만 먹고 계신 분들, 용기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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