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시절에는 강아지와 고양이
그리고 이따금 오리와도 함께 지냈는데
어른이 되어서는 함께 지낸 동물이 달팽이..
이마저도 1년을 채 함께 못 지내고 헤어지게 되었다.
감히 누군가와 함께 지낼 엄두를 못 내고 있던 그때..
횡단보도를 앞에 두고 장사를 하는 꽃 트럭이 보였다.
큰 화분들은 실려 있지 않고
아기자기한 화분에 올망졸망한 식물들이 심어져 있었다.
이파리만 가득인 화분
꽃봉오리가 맺혀 곧 망울을 터뜨릴 것 같은 화분
그리고 화사하게 꽃잎을 달고 있는 화분들이 있었다.
꽃봉오리가 맺힌 화분은 내가 꽃을 못 피울까 봐..
화사한 꽃잎의 화분은 내가 꽃을 지게 할까 봐..
이파리 화분 쪽에서 두리번거렸다
(아예 성장을 못 시킬 거라는 생각을
그때는 못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이파리에 맨질맨질 윤이 나는 모습이 예뻐
이름도 묻지 않고 화분 값을 드렸더니
꽃 트럭 아주머니께서 '치자'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래서 알게 된 치자 화분
잘 자랄 거라고.. 크면 꽃도 필 거라고
덕담을 듣고 작은 검은 봉지에 담아 왔었다.
정말 작은 비닐봉지에 폭 담겨진 아이였는데
어느덧 꽃봉오리를 10개나 품고 있으니
이젠 정말 어르신이다 *^.^*
나와 함께 지낸 지 9년..
나의 나이는 앞자리가 바뀌었고
치자는 한 해 한 해 꽃봉오리의 가짓수를 늘려간다.
첫 꽃을 피울 때 3송이.. 작년까지도 5송이를 넘기지 않았는데
올 해는 10개의 꽃봉오리를 품고 있다.
10개의 꽃봉오리를 품기 전에
몸살을 앓는지
이파리들이 심하게 후드득 떨어졌다.
'이러다 벌거숭이 되겠지'싶어
집 근처 좋은 흙이 있는 곳에 옮겨 줘야 하나 해서
출퇴근길 호시탐탐 양지바른 곳을 염탐했었는데
감사하게도 꽃을 피어줬다.
우리 만난 지는 9년인데
한 해를 훌쩍 더해 10송이의 꽃봉오리를 품은 치자..
10송이 꽃 피었다고 내년에 도망가면 안 돼.
내가 더 예뻐하고 정성을 다해 아껴줄게
우리 더 함께 잘 지내자
'오늘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방울토마토 5월의 일용할 양식 (4) | 2022.05.27 |
---|---|
잠실 놀거리 보틀벙커 잠실점 제타플렉스점 No.2 (10) | 2022.05.26 |
잠실 놀거리 보틀벙커 잠실점 제타플렉스점 NO.1 (0) | 2022.05.26 |
MBTI검사 INTJ 용의주도한 전략가형 (12) | 2022.05.25 |
오늘 날씨 맑음 (2) | 2022.05.25 |
초등학교 저학년 추천도서, 어른들이 읽는 동화- 아름다운 가치 사전 (0) | 2022.05.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