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선운사를 다녀왔습니다.
한참 오래전 날이었음에도
그날의 공기, 햇살, 옷차림,
하물며 가만히 마셨던 차의 향까지
고스란히 기억이 나는..
그림 같은 하루였습니다.
꽃을 보러 간 걸음이 아니었음에도
저 멀리서부터 번져오는 붉은빛..
상사화였습니다.
꽃을 따라 어딘가를 다녀본 적이 없는 저에게
그날의 상사화는 꿈길이었습니다.
오늘은 상사화의 전설에 대해서 설명하겠습니다.
◈ 상사화 (相서로상, 思생각사, 花꽃화)
한자어 풀이 그대로 꽃말은 이룰 수 없는 사랑입니다.
위 사진에서 보시는 바와 같이
이 꽃은 꽃이 피었을 때에는 잎이 없고,
잎이 있을 땐 꽃이 없어
같은 뿌리에서 나고 자라도
한 번을 만나지 못합니다.
그래서 서로 애처롭게 그리워만 한다해서
상사화(=화엽불상견,花葉不相見) 라고 합니다.
상사화에 관련된 전설은 크게 2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어느 시골의 처녀 총각 이야기,
두 번째는 불갑사 스님의 이야기입니다.
오늘은 그중 첫 번째 전설을 전해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상사화 전설
옛 마을에 17살, 순이라는 처녀가 살고 있었습니다.
순이는 고운 얼굴만큼이나 마음씨도 고와서
마을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순이의 부모님은
혼기가 찬 순이의 혼처를 알아보았습니다.
여러차례 혼인을 권유해도
부모님 곁에 더 머무르고 싶다며
순이는 거절을 합니다.
그런데 속내로는
옆집 총각을 사모하고 있었지요.
그런 애타는 순이의 마음을 아무도 몰랐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청년은 전쟁터로 떠나게 되었는데요.
그 모습을 보고 순이는
장독대에서 눈물을 훔치며
부디 살아오기만을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런데 어느날 청년이 전사했다는 비보가 들려옵니다.
순이는 연못가로 달려가
'사모하던 총각을 다시는 볼 수가 없구나.
내가 이 세상 살아서 무엇하리. 나도 따라가야지.'
순이는 그렇게 연못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로부터 얼마 후
죽은 줄만 알았던 청년이 무사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청년은 자기 때문에 세상을 등진 순이의 이야기를 듣고는
'순이가 나로 인해 세상을 등지다니
진작 나를 사모하는 마음을 헤아렸다면
순이가 그리 떠나지는 않았을 텐데.
다시금 그만큼 나를 사랑해 줄 이가 있을까.'
청년도 순이를 따라 그 연못 속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 후 여름이 되자
연못가에 처음 보는 풀이 돋았습니다.
그런데 7월에 연한 녹색의 풀잎이 시들어버리자
그제야 8월에 꽃대가 땅속에서 올라와
연한 붉은빛의 꽃이 여러 송이 피었습니다.
사람들은 이 풀을 두고
꽃을 피우지만 열매는 맺지 못하며,
풀잎이 말라죽은 뒤에야 꽃대가 나와 꽃을 피우니
애처로운 순이의 마음 같다 하여 상사화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상 첫 번째 상사화의 전설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이해인 수녀님의 시, '상사화'와
두 번째 상사화의 전설, 그리고 상사화의 특성을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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