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매난국죽) : 인품과 덕이 높은 사람을 비유하여 군자라 부르기도 했으며,
이 중 매화는 눈이 채 녹기 전 추위를 무릅쓰고 제일 먼저 피어 봄을 알리는 꽃입니다.
그러므로 지조와 절개를 상징하며, 또한 속세를 벗어난 은거를 표현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오늘은 화폭 가득 매화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그림, '매화초옥도'를 설명하겠습니다.
매화초옥도는 전기(조선 후기, 1825-1854)의 그림으로 ,
그림을 통해 그의 친구 오경석(역매)과의 우정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오경석은 호를 역매로 삼을 만큼 매화를 애지중지했던 사람입니다.
사람들은 그를 두고 매화와 결혼했다며 '매처학자'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실제 역매는 결혼을 안했답니다.^^)
그래선지 첩첩산중 속 그의 거처엔 매화가 빼곡하게 피어 그를 둘러싸고 있습니다.
저는 별장에 대한 로망이 없음에도 이 그림을 보고서는
'딱, 저런 곳에 작은 집 한 채 있었으면 좋겠다.' 는 므흣한 상상을 했습니다.ㅎㅎ
첩첩 산봉우리엔 아직 소복하게 눈이 덮여 있습니다.
만개한 매화가 없었다면 설경에 그칠 그림이
만개한 매화의 꽃송이로 하여금 반짝반짝 빛이 나지요.
오른쪽 한편에 한자로 화제가 쓰여있는데요. 풀이해보면,
'역매 오경석이 피리를 불고 있으며, 고람 전기가 그리다.' 라고 적혀있으니
거처를 하고 있는 인물은 역매,
붉은 옷을 입고 다리를 건너는 사람은 전기임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눈꽃송이처럼 만개한 매화꽃 다음으로
붉은 옷을 입은 사람이 보였습니다.
'왜 붉은 옷일까?' 라는 질문의 답을 찾아보니
반가운 손님, 반가운 소식을 비유하는 표현이었습니다.
화폭의 대부분이 첩첩산중과 매화꽃이라 상대적으로 인물은 부각되지 않으나
붉은 빛깔로 하여금 이 또한 활짝 핀 붉은 꽃처럼 보입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작가 전기의 어깨에 무언가가 얹혀 있는데요.
여러 자료들을 통해 악기로 추정되는 바
역매는 이미 거처에서 피리를 불고 있고,
친구 전기는 그에 맞출 악기를 턱~ 걸치고선 가고 있으니
해후 뒤, 이 둘의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붉은 옷 전기의 몸은 이미 친구를 향해 기울어져 있고
발걸음을 재촉하며 걷고 있습니다.
어떤 연유에 역매가 첩첩산중에 거처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나,
첩첩산중 속 오롯이 있더라도 이따금 친구의 발걸음이 있다면
적막함도 서글프지만은 않겠지요.
매화가 가진 상징적 의미 때문에 수많은 글과 그림 속에 존재하지만
저는 '매화초옥도'의 매화가 여느 매화보다 애틋하며 아름답습니다.
'매화초옥도'를 통해 알게 된 작가 전기의 다른 그림들을 탐닉해보고자 했으나
30세의 젊은 나이로 병사했기에 현재 손에 꼽히는 작품 수만 존재합니다.
봄이 다 지나서도 휴대폰 화면에 담아 하루하루 사모했던
전기의 '매화초옥도'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그간 연락이 뜸했던 친구가 생각나는 밤입니다.
우리도 피리 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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