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EBS MEDIA 기획에서 출판한(지은이- 오한샘 최유진, 사진-양벙글)
천년의 밥상(먹을거리, 그 속에 살아 숨쉬는 우리 역사)을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우리네 상차림 역시,
한 편의 미술작품 못지않다며 생각했던 저자는
다양한 색감과 질감, 그리고 예술가의 고귀한 숨결과도 같은
투박한 손맛의 우리네 상차림에서
'모나리자' 못지않은 이야기를 풀어냅니다.
여러 상차림 중 먼저 '책거리 상'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책은 물로 씻는 것이 아닌 노력으로 씻는 것
책 씻는 날이 되면 지금까지 노력해온 것을
스승 앞에서 펼쳐 보입니다.
그러나 소년 득신은 스승 앞에서 기억이 나지 않아 더듬더듬.
스승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책을 덮으며 말합니다.
"오늘도 득신이는 책거리를 못하겠군."
배움이 유독 느린 득신은 수백, 수천 번을 읽어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 순간, 스승의 눈에 들어온 낡고 해진 득신의 책
'백 번 읽어도 깨치지 못한다면 만 번을 읽으리라.'
배운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득신이었지만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소년
책거리 성적표로
'없을 무無' 를 주려던 스승은
'없을 무' 대신 '부지런한 근勤' 이란 성적표를 내밉니다.
'세책례洗冊禮' 또는 '책거리'
서당에서 책 한 권을 다 떼었을 때 국수와 송편, 경단 등을
상에 내어 스승과 동학을 축하해주던 의례입니다.
콩은 피의 흐름을 원활히 하고 이뇨작용을 하며 해독의 기능이 있다.
깨는 골수를 보하고 정精을 보충해줍니다.
그중 송편은 깨나 콩 등으로 만든 소를 가득 채워서
학문도 그렇게 꽉 채우라는 바람을 담습니다.
만 번 책을 읽는 노력으로 소년 득신은
환갑을 앞둔 59세에 문과에 급제해
조선시대 최고의 문인이자, 시인으로 이름을 남깁니다.
배움의 영민함보다 성실함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례, 책거리
그 성실함을 응원하고 축하하는 의미에서 함께 나누었던 책거리상
시인 김득신의 묘비명에는 직접 쓴 글이 새겨져 있는데요.
재주가 남만 못하다고 해서 스스로 한계를 짓지 말라.
실제 김득신은 어릴 때 천연두를 앓아 또래 동학들보다 배움이 더뎠습니다.
환갑을 앞둔 김득신의 급제는 그의 우직함이 빚어낸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요.
한자어로 '우직愚直' 은 '어리석고 고지식하다.'는 뜻의 형용사입니다.
그러므로 '우愚'는 어리석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저는 시간이 흐를수록 우직한 사람들이 반갑고 편안합니다.*^.^*
요즘 다이어터분들이 하루 날을 꼽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치팅데이'가 있던데요.
큰마음먹은 독서를 마쳤을 땐,
저도 자체적으로 책거리상을 차려 먹을 생각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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