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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단원 김홍도 황묘농접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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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도 해도 자꾸 잊혀지는 것들이 있는데요.

제게는 한자가 그러합니다.

그림 같기도 하고 암호 같기도 해서

아무리 쓰며 외워도 돌아서면 잊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고 오래 기억할 수 있을까?'

궁리하다 찾게 된 책입니다.

가까운데 두고 사전처럼 보는 책이다보니 

이미 많이 낡았습니다^^

 

살아 있는 한자 교과서, 출처-본인

 

 

책이름 - 살아 있는 한자 교과서 2권, 문화와 한자

저자 - 정민, 박수밀, 박동욱, 강민경

출판사 - 휴머니스트

 

이 책은 정민 국문과 교수님을 포함하여 국문과 전공자들께서 만들어선지

한자 풀이를 마치 옛날 이야기처럼 다정스럽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책 소개는 아니구요^^

이 책에 담긴 조선시대 화가, 단원 김홍도의 그림

황묘농접(黃描弄蝶)에 담긴 한자풀이를 해보겠습니다.

 

 

 

황묘농접, 출처-간송미술관

 

 

 

 

나비와 고양이 그림에 숨은 뜻

-고양이, 나비, 패랭이꽃, 제비꽃

 

 

위 그림은 황묘농접(黃描弄蝶), 풀이하면 나비를 희롱하는 고양이입니다.

그림이 살짝 흐릿하지만.. 무엇이 보이실까요?

고양이, 나비, 바위, 꽃들이 보이시나요?^^

꽃들도 자세히 보면 붉은빛 보랏빛의 패랭이꽃과

그림의 맨 아래에는 제비꽃도 그려져 있습니다.

 

 

고양이는 한자로 묘(描)라고 쓰지요, 중국 발음은 '마오(mao)' 인데

이는 70세의 노인을 나타내는 모(耄)자와 발음이 같습니다.

그래서 옛 그림 속에서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나타냅니다.

 

 

나비는 한자로 접(蝶)자를 쓰고, '디에(die)' 로 읽습니다.

그런데 80세 노인을 뜻하는 '질' 자의 중국 음이 또한 '디에'여서

그림 속의 나비는 80세 노인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고양이와 나비는 70세, 80세 노인을 뜻하지요.

 

 

패랭이꽃은 한자로는 석죽화(石竹花)로 부릅니다.

그 옆의 바위도 한자로는 석(石)이구요.

바위는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기 때문에

대부분 오래 살라는 장수를 상징합니다.

또 대나무죽(竹) 자는 중국 음으로 '주(zhu)' 로 읽는데,

축하한다는 뜻을 지닌 '축' 자와 소리가 같습니다.

그러므로 패랭이꽃과 바위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라는

축수(祝壽)를 뜻합니다.

 

 

맨 아래 제비꽃은 꽃대를 자세히 살펴보면 낚시 바늘처럼

휘어져 있는데요, 중국 사람들이 쓰는 효자손처럼 가려운 곳을

긁을 때 쓰는 여의(如意)라고 부르는 물건과 생김새가 같습니다.

그래서 이 꽃을 한자로 여의초(如意草)라고 불렀습니다.

'여의'란 말은 한자 그대로 '뜻과 같이' 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므로 제비꽃은 모든 일이 뜻대로

다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뜻입니다.

 

 

위 풀이를 한 자리에 모아 놓은 것이 '황묘농접' 도이고

한 문장으로 만들면 이렇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 70세, 80세까지 마음 먹은 일 다 이루시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사세요."

 

 

아마도 단원 선생님께서 노부부의 건강과 장수를 축복하기 위해 

그린 그림인 듯 합니다.

 

이처럼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사물들은 모두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는데요. 한자 이름을 하나 하나 풀이해서 보니

그림 속에 담긴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한자의 의미를 모르고 봤을 땐

'앞 마당에서 고양이가 나비랑 장난을 치며 놀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는데요.

 

이 의미를 알고 난 후로는 '황묘농접'도 그림엽서를 사서

어른들께 전해야 할 물건들이 있으면 함께 넣어서 드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렇게 글을 쓰며 생각해보니

요즘은 100세 시대라 하는데요

엽서 한 켠에 그림을 더 보태야 하나 고민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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