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서적들을 읽다 보면 종종 큼직한 손바닥이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듯한 쾌감을 느끼곤 한다. 서점에 심리학 전공 서적들은 많이 구비되어 있으나 전공자가 아닌 내가 술술 읽을 책들이 보이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제목에 '오! ' 하고 혹해 넘긴 프롤로그가 대단했다.
"이제 이 책은 독자 여러분의 손에 쥐여졌다. 이 자체가 여러분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지는 않을지라도, 적어도 스스로의 잘못으로 장차 일어날 지나치게 큰 불행을 막는데 도움이 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롤프도벨리, 스마트한 생각들 인용)
이렇게 호기로운 프롤로그! 정말 맞다면 이 보다 더 강력한 부적이 어딨겠는가!
《 한정판 제품은 왜 더 잘 팔릴까? 》
A는 부동산 중개업자다. B라는 고객이 매물에 관심이 있는데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한다.
"런던에서 온 의사가 어제 그 토지를 보고 갔어요. 사실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고객님은 어떠세요?"
이 상황에 B는 사는 쪽으로 결정을 내린다.
여기서 런던에서 온 의사는 런던에서 온 교수 혹은 런던에서 온 은행가로 바뀌기도 한다.
왜 그럴까? 부동산은 대량 생산된 물건이 아니므로 다른 사람이 사버리면 같은 물건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런던에서 온 의사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일찍이 "귀한 것은 비싸다.(Rora sunt cara)" 라고 로마인들은 말했다.
'희소성(Scarcity)의 오류' 는 인류만큼이나 그 역사가 오래되었다.
사람들의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 듯 '한정판매' , '오늘만 이 가격' 이라고 적힌 문구들은 사람들에게 상품을 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별로 남지 않았다는 재촉을 한다. 종종 갤러리 운영자들은 전시된 작품들 아래에 빨간 스티커를 붙여 수집가들의 마음을 동요시킨다. 이런 현상을 '리액턴스(Reactance)' 라고 한다. 선택할 수 없는 물건이 있으면 그것을 더 매력적으로 평가하는데 심리학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효과' 라고 불리어진다. 즉 주위의 반대나 장애물이 있을 때 연인들의 사랑을 더 깊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반증이다.
희소한 것들에 대한 전형적인 반응은 '특별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선택 시 객관적인 평가 기준을 상실하게 한다.
그러므로 '곧 팔릴 땅'이 주요한 요소가 되어서는 안 된다.
요즘 언론에서 종종 듣게 되는 단어가 있는데 바로 '오픈런' 이다. Open과 Run의 합성어로 원하는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등 매장 개점 시간을 기다리다 문이 열리면 달려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신조어이다.(국어사전 신조어 인용)
워낙에 '오픈 런' 은 상연, 공연 따위의 폐막 날짜를 정해 놓지 않고 무기한으로 하는 일(우리말샘 인용) 을 의미했으니
신조어 '오픈런' 은 아이러니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내가 소유한 한정판은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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