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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어책] 윤동주 자화상. 우물의 이미지. 서정주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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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는 윤동주의 '자화상'과 서정주의 '자화상'입니다.(자화상 속 우물의 이미지)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윤동주  자화상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린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시구 풀이

1. 산모퉁이를 돌아 ~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화자가 우물을 찾아간 시간은 '달이 밝은 가을밤'입니다. 스스로의 존재와 역할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화자는 '홀로' 우물을 찾아간 것입니다.

 

 

2.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 가을이 있습니다.

우물 속에는 일단 화자의 모습이 보일 것이고, 그 모습 뒤에 달 밝은 가을밤의 자연이 펼쳐져 있습니다. 바람조차 파아랗게 부는 가을밤의 풍경은 스스로를 초라하게 여기는 화자와 대조적인 성격을 지닙니다. 또한 지상 위에 존재하는 달과 구름 하늘은 화자가 지향하는 이상과 동경의 세계임을 암시합니다.

 

 

3.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현실의 자아는 고뇌와 번민을 안고 살아가는 식민지 시대의 지식인이지만, 우물의 비친 '사나이'는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평온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화자는 현실에 안주하려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하고 그 '사나이'가 보기 싫어서 우물을 떠나려고 합니다.

 

 

4.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스스로에 대한 연민을 드러내며, 미움의 감정이 연민의 감정으로 바뀌는 것으로 보아 마음이 모질지 못한 화자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5.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자신에 대한 미움과 연민의 단계를 지나 '그리움'의 단계로 가고 있으며, 이를 통해 화자의 내적 갈등과 반목이 서서히 화해와 통합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합니다.

 

 

6.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

앞의 내용을 반복함으로써 구성의 안정감을 느낄 수 있으며, '자신의 존재'를 '추억'에 비유함으로써 여유 있게 현실에서 조금 물러나 자아를 바라보면서 내적 갈등과 애증의 관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작품 정리

이 시는 산문처럼 쓴 자유시입니다. 자아 성찰을 통해 내면의 갈등과 번뇌를 독백의 어조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우물에 비친 자아를 미워했다가 가엾게 여겼다가 그리워하는 과정을 통해 어두운 시대적 현실 속에서 고뇌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제재 : 우물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

주제 : 자아 성찰과 자신에 대한 애증.

특징

1) 평이한 구어체의 산문적 표현.

2) 시상 전개에 따라 화자의 심리가 분명한 변화를 보임.

3) '부끄러움'과 '성찰' 이라는 윤동주 시의 특징이 잘 드러남.

 

 

 

시상 전개

◈ 외딴 우물  → 사아이(초라한 자신)  → 자아에 대한 그리움.

 

 

1연 : 우물을 찾아가 자아를 성찰함

 

2연 : 우물 속의 평화로운 풍경

 

3연 : 초라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4연 : 자신에 대한 심적 변화(연민)

 

5연 : 자신에 대한 애증의 반복으로 인한 갈등

 

6연 : 추억 속 자아에 대한 그리움

 

 

 

자기 반성과 내면 성찰의 시인, 윤동주

윤동주는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기보다는 내적으로 다져 나가는 인물입니다. 자기 반성과 내면 성찰의 시인이라는 인상을 얻게 된 것은 그의 시가 강한 자의식의 테두리 내에서 형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윤동주 시 세계 전반을 지배하는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는 가장 기초적이며 근원적인 사색의 형식입니다. 윤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최고선에 있다고 할 때 윤동주의 반성과 성찰은 나약한 자기 위로나 달램이 아닌 철저한 자기 수양의 과정입니다.

 

 

 

자화상 속 '우물'의 이미지

'우물'은 자신을 비춰볼 수 있는 대상이며 거울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존재의 이미지를 비춰줄 뿐 그 상을 왜곡하거나 변형하지 않습니다. 또한 언제나 때 묻지 않은 물이 솟아 나오는 생명의 원천으로 순수한 자연 그 자체이기도 합니다. 원의 형상을 닮은 우물은 테두리라는 한계가 있지만, 중심부에서 가장자리에 이르는 거리가 항상 동일한 이상적인 공간입니다. 게다가 원은 끝없이 순환하는 충만한 구조이므로 우물은 스스로를(자아)를 보호하며 가둘 수 있는 열려 있는 공간이 됩니다. 그 안에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있는 완전하고 완벽한 세계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하면 좋을 시, 서정주의 '자화상'을 안내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서정주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罪人)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天痴)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윤동주와 서정주의 시 '자화상'은 모두 공통적으로 자신을 삶을 성찰하면서 내면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윤동주의 시가 '부끄러움'과 '내적 화해'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서정주의 시는 '치열한 삶의 과정에 대한 회고'와 '강인한 삶의 의지'에 초첨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상 윤동주의 시 '자화상'과 서정주의 시 '자화상' (자화상 속 우물의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해법문학, 천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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