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읽다

[다시 읽는 국어책]백석 여승(女僧) 조지훈 승무(僧舞) 역순행적 구성 방식

반응형

오늘의 시는 백석의 여승(女僧)과 조지훈 승무(僧舞)입니다. 시 여승에 반영된 시대 상황과, 역순행적 구성 방식에 대해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해보며 추억해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들이 담겨 있을까요? (참고-천재교육 해법문학)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백석  여승(女僧)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 어느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시어 풀이

합장 : 두 손을 마주 합침. 불교의 인사 예법.

금점판 : 금광의 일터.

파리한 : 몸이 몹시 여위거나 핏기가 없고 해쓱한.

마당귀 : 마당의 한 귀퉁이.

머리오리 : 머리카락의 가늘고 긴 가닥.

 

 

 

작품 속 여승과 관련된 시어(소재)

불경 : 종교로 귀의할 수밖에 없던 여인의 기구한 삶의 역경을 보여주는 소재

옥수수, 섶벌 : 여인과 남편의 가난한 삶의 모습과 관련되는 소재

도라지꽃 : 나이 어린 딸의 죽음의 이미지를 함축하는 소재.

산꿩 : 여인이 승려가 되는 날의 서러운 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소재.

가지취 : 취나물의 일종이며, 후각적 이미지를 통해 속세와의 단절을 강하게 암시하는 소재.

 

 

 

작품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서사적, 애상적

▶제재 : 여인의 일생

▶주제 : 한 여인의 비극적인 삶

▶특징 : 회상적인 어조로 표현, 역순행적 구성 방식

 

1연 : 여승과 나의 대면, 2연 : 여인과의 첫 만남, 3연 : 여인의 비극적인 삶, 4연 : 한을 이기지 못하고 여승이 되는 여인.

 

 

 

시적 대상이 처한 상황

시 속 대상(여인, 여승)은 가난 때문에 가족을 잃고 여승이 되기까지의 일생을 서사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1연은 여승의 현재 모습이며, 2연-4연은 여승이 되기까지의 여인의 비극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인의 남편은 가난 때문에 일거리를 찾아 집을 떠나지만, 몇 해를 기다려도 남편은 여인에게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러자 여인은 어린 딸을 데리고 남편을 찾으러 집을 나서게 됩니다.

 

 

금광까지 찾아온 여인에게서 '나(화자)'는 옥수수를 사게 됩니다. 남편이 집을 떠난 지 십 년이 되던 해에 어린 딸은 죽고 여인은 기어이 머리를 깎고 한이 많았던 속세를 미련 없이 떠나 여승이 됩니다.

 

 

'나(화자)'는 쓸쓸한 모습의 여승을 다시 만나 서로 인사를 나눕니다.

 

 

힘겨운 현실을 살아가던 한 여인이 속세를 떠나 여승의 삶이 되기까지의 삶을, 시적 화자(나)가 관찰자가 되어 서사적 사건들을 압축된 형태로 전달합니다.

 

 

 

 

여승에 반영된 시대 상황

1930년대는 일제 강점기로 극빅한 생활 속에서 목숨을 부지하는 것조차 어렵던 시기였습니다. 설령 목숨을 이어간다 하더라도 평범한 가정을 꾸려 사는 것 또한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러 과정 속에서 고향을 떠나 떠돌아다니거나 가족이 해체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습니다. 

 

 

시 속의 여인의 삶 역시 이 시대와 무관하지 않으며,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를 찾아다니며 행상을 하다가 딸 아이마저 죽어 여인이 정착해 살아갈 수 있는 가족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여인의 삶은 이 당시 식민지 현실에 희생된 우리 민족의 삶을 대변해 줍니다. 화자 '나'는 여인을 측은하게 바라보며 농촌의 몰락과 이로 인한 가족의 해체를 관찰자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역순행적 구성 방식

이 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구성(순행적 구성, 순차적 구성)이 아닌, 순서가 뒤바뀌며 진행되는 역순행적 구성 방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1연은 '현재' , 2-4연은 '과거'의 상황입니다. 이 중 2연은 시적 화자와 연인이 처음 만났을 때의 상황이며, 3연은 그 이후의 여인의 비극적인 삶의 과정이 나타나 있으며, 4연은 여승이 되기 위해 삭발하는 날의 상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서사적 사건들을 '4연 12행'의 압축된 구성으로 밀도 있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백석의 여승과 함께 감상하면 좋으실 법한 작품, 조지훈의 '승무(僧舞)'를 함께 안내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僧舞)

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 나빌레라.

 

 

파르라니 깎은 머리

박사(薄紗) 고깔에 감추오고,

 

 

두 볼에 흐르는 빛이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빈 대(臺)에 황촉 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

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

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

세사(世事)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

깊은 마음속 거룩한 합장(合掌)인 양하고,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

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다시 읽는 국어책] 윤선도 오우가 우정과 관련된 사자성어

 

[다시 읽는 국어책] 윤선도 오우가 우정과 관련된 사자성어

오늘의 시는 윤선도의 오우가입니다. 우정과 관련된 사자성어. [다시 읽은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nocturne13.tistory.com

 

 

[다시 읽는 국어책]김소월 초혼(招魂) 고복 의식 망부석 설화 돌과 관련된 사자성어

 

[다시 읽는 국어책]김소월 초혼(招魂) 고복 의식 망부석 설화 돌과 관련된 사자성어

오늘의 시는 김소월의 초혼(招魂)입니다. 시 초혼에 담긴 고복 의식과 돌의 의미, 망부석 설화, 돌과 관련된 사자성어도 함께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nocturne13.tistory.com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