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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시] 박수근 그림 세 여인. 김혜순 시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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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그림은 박수근의 '세 여인', 시는 김혜순의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입니다. 김혜순 시인이 박수근 화백의 그림 '세 여인'을 제재로 하여 가난한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대한 연민을 시로 표현했는데요. 먼저 그림을 살펴보고 시를 감상해 보겠습니다.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

어린시절 박수근 화백 (1914-1965) 은 밀레의 '만종'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아 화가의 꿈을 키웠으며, 이후 서민들의 애환을 진실되게 그리는 작가가 되었습니다. 박수근 화백은 평생을 고독과 가난 속에서 살았는데요. 그런 삶 속에서도 서민들의 일상에 관심을 기울였으며 이를 작품을 통해 드러냈습니다.

 

 

창작 초기부터 색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주로 검정과 흰색 그리고 회색을 사용해 가난한 서민의 모습을 질박한 느낌으로 담아냈습니다. 또한 이런 모습들을 '평면화 작업'을 거쳐 형상화했는데요. '평면화 작업' 이란 모든 개인의 감정에서 독립된 완전한 객체로서 대상을 다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기법을 통해 서민이 거기 그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이른바 존재론적 사실주의를 지향했으며, 그의 그림은 삶의 현실에 대한 인식과 그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절제된 형식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박수근 화백 은 많은 작품을 통해 여인들의 생활 속 모습들을 마치 화강암과 같은 독특한 질감과 단순한 검은 선의 기법 (*마티에르 기법)으로 그림을 그렸는데요. 작품 '세 여인' 또한 하루벌이 장사를 하는 여인들을 그렸습니다.

 

 

박수근  '세 여인' , 판지에 유채, 19x33cm, 1962년

 

 

흰 저고리에 검은 치마를 입고 그림의 앞쪽을 향하고 여인은 화백의 어머니이며, 그 앞으로는 큼직한 함지박에 과일이 담겨 있습니다.  더 낡은 듯한 흰색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여인의 곁에도 오늘 팔아야 할 물건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가장 왼편에 있는 여인은 그림 중앙을 향해 몸을 돌리고 있으며 그 앞에도 반쯤 보이는 바구니가 놓여 있습니다. 사주는 이가 없는 길목에 앉아 있는 세 여인들의 넋두리가 그림을 통해 전해집니다.


김혜순  납작납작 - 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 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펄렁.

하나님, 보시니 마땅합니까?

 

 

 

시어. 시구 풀이

▶ 서성서성 : 한곳에 서 있지 않고 자꾸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모양.

 

▶ 가이없이 : 끝이 없이.

 

▶ 드문드문 세상을 - 뻗어 있다.

화폭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그림의 내용을 묘사한 것으로, 그림 속 인물들의 삶이 무언가에 눌려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의 의미합니다.

 

▶ 한 며칠 눌렀다가 - 보시기 어떻습니까?

여인네와 아이들, 즉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서민들을 납작하게 눌러놓고 하나님에게 이 불쌍한 사람들이 어떠냐고 묻고 있습니다. (설의법)

 

▶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림 속의 인물들이 마르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화자의 의도가 드러나 있는 표현이며, 작품 속의 인물이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로 납작해진 것을 통해 세상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작품 정리

갈래 : 자유시

성격 : 애상적, 반어적, 비판적

제재 :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

주제 : 서민들의 애처로운 삶

 

 

특징

1. 그림을 바탕으로 서민들의 애환을 설의법으로 표현했습니다.

2. 고달픈 삶을 사는 서민의 입장에서 하느님께 항변하는 투의 어조를 사용했습니다.

 

 

 

시상 전개

1연에서는 그림의 작업 과정과 그림 내용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화자는 그림 속의 인물들을 납작하게 눌러 놓고, 절대자인 하나님께 보기에 어떠냐고 질문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 인물들은 모두 납작한 형태로 무엇인가에 짓눌린 듯한 이미지로 형상화되어 있는데요. 이는 고단한 현실의 무게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2연에서는 납작한 인물들의 형상화를 통해 작가(박수근)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내면서, 시의 화자는 힘들었던 그때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라는 표현을 통해, 세상에 짓눌려 있는 서민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작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에게 설의법을 이용한 질문을 하며 고달픈 서민들의 삶은 마땅하지 않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박수근 화백의 그림 '빨래터'와 그림에 담긴 유명한 일화를 안내하며 마치겠습니다.

 

박수근  그림 '빨래터'

1950년대 후반 작품으로 추정되며, 흰색 무명 저고리를 입은 여인과 파스텔톤의 분홍과 노랑 등 다채로운 색상의 저고리를 입은 여인이 등장합니다. 왼쪽으로 흐르는 강물을 따라 앉아 있는 여인들의 모습은 박수근 화백의 작품 중 가장 선명한 이미지입니다.

 

 

박수근, 빨래터, 111.5x50.5cm 1950년대

 

 

박수근 그림 '빨래터'  경매 일화

 그림 '빨래터'에는 놀랄만한 일화가 담겨 있습니다.

 

출처-동아일보 홈페이지

 

 

시간을 거슬러, 한 무명 화가(박수근)는 알고 지내던 미군 병사(존 릭스)가 일본에 가게 되는 것을 알게 되어, 물감과 캔버스를 사다 달라며 부탁을 합니다. 가난했던 무명 화가의 사정을 딱하게 여긴 미군 병사는 일본에 갈 때마다 본인의 돈을 들여 물감과 캔버스를 사다 주었습니다. 이 화가는 미군 병사의 은혜에 보답을 하고자 그림을 한 점 선물했습니다.

 

 

무명 화가의 그림을 받은 미군 병사는 그림의 가치를 크게 생각하지 않아 본인의 집 창고에 몇 해를 넣어두었습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른 어느 날, 나이가 들어 생활이 어려워진 그 미군 병사는 매스컴을 통해  옛날의 무명 화가 이름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는 창고에 보관했던 그림을 경매 시장에 내놓았습니다.

 

 

이 그림이 박수근 화백의 '빨래터'이며, 당시 경매가가 무려 45억 2천만 원이었습니다.

 

 

이상 박수근의 그림 '세 여인'과 김혜순의 시 '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박수근 그림  '빨래터' 경매에 따른 일화)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동아일보, 천재교육 해법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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