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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오늘 날씨 맑음 #3 기형도 시. 병(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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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날씨 맑음 #3

한 달의 기준을 마지막 주 금요일로 정한 지 여러 해가 흘렀습니다. 그리하여 어김없이 찾아온 마지막 주 금요일입니다. 비록 맛깔진 전어를 맛보지는 못했지만 곧 방어가 찾아올 테니.. 아쉬울 거 없는 10월을 보냈습니다.

철 따라 어딜 찾아 가는 사람이 못되기도 하지만.. 올해는 더욱이 서울에만 있던 터라 못내 억울했던 어느 날 아침.

 

 

 

세상에!! 창밖으로 어마어마한 풍경을 보고 말았습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등학교 운동장

 

 

 

늘 출근 전 바라보던 창밖의 풍경이랑 다른 빛깔의 운동장.

순간, 부스스 잠이 덜깼나.. 꿈속인가 해서 다시금 봤더니 대로변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리고 있었습니다. 운동회.. 날이었어요.

 

 

주사 맞는 날은 화장실에 꽁꽁 숨어 전교생이 다 맞는 주사를 안 맞은 나였지만.

운동회 날은 여느날 보다 일찍 간 어린이었기에. 운동회 날의 기척이 느껴지니 두근두근 어찌나 설레던지요.

 

 

 

운동장에 세로로.. 원으로.. 하얗게 선이 그려진 날.

하늘에 반짝 휘날리는 만국기도 좋았고, 쩌렁쩌렁 운동장 가득 울리던 동요도 좋았지만. 하얗게 선이 그어진 운동장이 너무도 좋았습니다.

 

 

 

출근 준비를 해야하는데.. 아직 아이들이 등교 전이니 아이들 틈바구니에 끼어 놀 생각으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재빨리 씻고 나왔어요.

 

초등학생 아이들은 언제올까나?

 

 

 

씻고 나니 어찌나 조바심이 나던지요. 출근 시간 생각보다 아이들이 언제 오지.. 가 궁금했어요.

저는 유독 달리기를 잘했던 아이었어서.. 운동회를 하면 늘 계주 선수였습니다.

그것도 꽤~~나 잘 뛰어서 첫 번째 주자 아니면, 마지막 주자였지요.

 

 

 

반에서 키가 가장 작고 체구도 작아, 있는 듯 안 보이는 듯한 아이였는데

이날만큼은 쌩 잘 뛰어서 상품으로 받은 학용품을 턱 하니 선물로 주는.. 그야말로 제대로 한턱 쏘는 날이었지요. 성인이 된 지금까지도 이렇게 많은 인원에게 한 턱을 쏠 기회나 명분이 없었으니,  그때 그 기분을 만끽할 걸 그랬나봐요.^^

 

 

 

 

드디어,

운동장으로 알록달록 아이들이 모이기 시작하더니. 아! 아! 마이크 소리와 함께 운동회가 시작됨을 알리는 교장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우~왕우~왕! 한결 같이 울리는 교장 선생님의 마이크 소리를 들으며... 저는 회사로 출근을 했습니다.

 

 

이제 곧 아이들은 뽀얀 운동장을 뛸 텐데.. 저는 샛빨간 보도블록을 냅따. 다다다다다

 

 

 

 

 

 

초등학교 운동회날처럼 전력질주해서 출근한 건 안 비밀이요! 계주 선두 주자답게 지각은 안 했답니다. 

 


 

가을이 되니 주차된 차들에도 단풍이 들었네요.

단풍 안 든 버스

 

알록달록 단풍 든 버스

 

 

 

병(病) 기형도

내 얼굴이 한 폭 낯선 풍경화로 보이기 

시작한 이후, 나는 主語를 잃고 헤매이는

가지 잘린 늙은 나무가 되었다.

 

가끔씩 숨이 턱턱 막히는 어둠에 체해

반 토막 영혼을 뒤틀어 눈을 뜨면

잔인하게 죽어간 붉은 세월이 곱게 접혀 있는

단단한 몸통 위에,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사람아, 사람아 단풍든다.

아아, 노랗게 단풍든다... 기형도 시인의 시구가 생각나는 가을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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