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처서도 지났는데..
맘껏 걷지 못한 봄 여름이 아쉬워
두리번 두리번 작년 사진첩을 열어 봤습니다.
그러다 보게 된
누군가의 손길이 담긴 꽃하트..
글에서라도 다시 걷습니다.
벚꽃이 진 석촌호수에는
벚꽃 나무 세 뼘 아래로
철쭉꽃이 핍니다.
눈부시게 화사해 슬프기까지 한
벚꽃과는 다른 빛깔의 철쭉들..
석촌호수에 벚꽃 보러는 가도
철쭉 보러 간다..는 이야기를
아직은 못 들어봤습니다.
벚꽃이 지고 난, 그 빈자리를
철쭉이
괜찮다 괜찮다.. 달래주는 것 같지만
그제서야
이제는 피어도 되겠지..
눈치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워요.
사진의 날짜를 보니
2021년 5월 3일(월) 7시 13분입니다.
보통 7시를 기준으로
석촌호수 둘레를 걷는
발걸음이 나뉘어집니다.
7시 전, 어르신들께서
여유롭게 한 바퀴를 걷고 나시면
저처럼 주섬주섬 나온 사람들이
한 바퀴를 걷고,
그 뒤로 동호회 분들..
살짝의 아침잠을 즐기신 분들이
조금씩 조금씩 나타납니다.
걷는 사람도 많고
뛰는 사람도 참 많은 곳이에요.
그럼에도 분홍 하트꽃이
너무나 단정하게 피어 있지요.
처음 한 바퀴 돌 땐 외면했습니다.
흐름에 맞춰 걷는 사람들 틈에서
멈추기가 애매했어요.
그렇게 두 바퀴.. 세 바퀴 걷고
담은 사진입니다.
혹여라도 하트꽃에 상처가 날까
뛰다가도 멈칫하는 사람들..
이미 저쪽에서부터 준비를 해서
행여나 꽃을 밟을까
이 끝으로 걷는 사람들..
이따금 저처럼 사진을 담아
누군가에게 바로 사진을 보내는 사람들.
아무리 봐도 쉬이
휘리릭 만든 꽃은 아닌데
누군가의 손길 일지...
밤새 다녀 갔을지...
저라면 가만히 앉아 못 만들 꽃인데
어떤 연유로 저 꽃을 피게 했는지..
걷는 내내
그리고
출근을 해서 퇴근을 할 때까지
궁금했습니다.
그날은
일부러 멀리 석촌호수 아래로
퇴근길을 청해봤어요.
그런데 아침에 본 하트꽃이
그대로.. 상처 하나 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꽃을 피운 손길도..
꽃을 지게 하지 않은 발길도..
참으로 고운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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