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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 마음 속에는 어떤 글들이 담겨 있을까요?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보겠습니다. 오늘의 시는 김종삼의 '묵화' 입니다.
*묵화.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묵화 (墨먹 묵 畵 그림 화)
김종삼 시인은 절제된 언어를 통해 울림이 있는 시적 공간을 만들어 냅니다.
소는 할머니가 가져다준 물을 먹고 있고, 할머니는 물 먹는 소의 목덜미에 손을 얹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대화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제목 '묵화'처럼 시에서도 여백과 농담이 느껴집니다. 묵화에서의 여백은 붓이 가지 않은 부분이며, 농담은 먹 색깔의 짙음과 옅음입니다. 1행과 2행만 구체적인 형상이며, 나머지 3행-6행은 여백과 농담으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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