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제주 여행.
작가 이중섭 선생님의 집을 목적에 두고 가지 않았으나
걷다 보니 집이었습니다.
주변의 길이나 하물며 동네 이름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데,
너무나 작았던 방과 아궁이는
마치 항상 드나들던 내 집 마냥 그 기억이 또렷합니다.
오늘은 이중섭 선생님의 시 '소의 말' 과 그림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 , '서귀포의 환상'을 담아보겠습니다.
소의 말, 이중섭
높고 뚜렷하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에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그리운 것
아름답도다 여기에
맑게 두 눈 열고
가슴 환히
헤치다
* 이 시는 1951년 봄 피난지이던 제주도 서귀포 이중섭의 방에 붙어 있던 것을 조카 이영진 씨가 암송하여 전한 것입니다.
- 그림, 섶섬이 보이는 서귀포 풍경과 서귀포의 환상
이중섭 선생님의 사망 후
유골을 일본에 있는 아내 남덕에게 전해 준,
선생님의 평생지기였던
구상 선생님의 일화를 마지막으로 담으며 마치겠습니다.
중섭은 눌변이었지만 독특한 화법을 지니고 있었다.
가령 정다운 친구들이 서로 사리를 따지는 것을 보면,
"여보시! 다 알고 있지 않슴마?"
(여보시오! 다 알고 있지 않소?)
하고 가로 막았다.
그는 실로 직관과 직정(直情)으로 사물을 파악하고 행동하고 있었으므로
우정에 있어서도 이심전심만이 그의 영토였다.
....,
중섭은 참으로 놀랍게도 그 참혹 속에서 그림을 그려서 남겼다.
판잣집 골방에 시루의 콩나물처럼 끼어 살면서도 그렸고,
부두에서 짐을 부리다 쉬는 참에도 그렸고,
다방 한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도 그렸고,
대폿집 목로판에서도 그렸고,
캔버스나 스케치북이 없으니 합판이나 맨 종이, 답배갑, 은종이에다 그렸고,
물감과 붓이 없으니 연필이나 못으로 그렸고,
잘 곳과 먹을 것이 없어도 그렸고,
외로워도 슬퍼도 그렸고,
부산. 제주도. 통영. 전주. 대구. 서울 등을 표랑전전하면서도
그저 그리고 또 그렸다. (이중섭 편지와 그림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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