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입니다. 먼저 시 전문을 안내하고 핵심 정리, 제목에 담긴 의미, 역설적 논리, 등불의 의미 그리고 의문형 형식이 지니는 기능에 대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한용운 알 수 없어요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을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티는 약한 등불입니까?
알 수 없어요 시어 시구 풀이
시어 풀이
1) 수직 : 똑바로 드리우는 상태
2) 파문 : 수면에 일어나는 물결무늬
3) 가이없는 : 끝이 없는
4) 단장 : 산뜻하게 모양을 내어 꾸밈
시구 풀이
1) 바람도 없는 공중에 -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드러나는 움직임을 통해 초월적인 힘을 가진 임을 암시하고 있다.
2) 지리한 장마 - 누구의 얼굴입니까? : 장마 끝에 언뜻 보이는 하늘을 절대적 존재의 표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무서운 검은 구름'을 '세속적 번뇌와 고통'으로 이해하면, '서풍'은 '불교의 진리 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3) 꽃도 없는 - 누구의 입김입니까? : 꽃이 없어 향기를 피울 수 없는 나무의 푸른 이끼를 거쳐 고요한 하늘로 올라가는 '알 수 없는 향기'를 통해 절대적 존재를 확인하고 있다.
4) 근원을 알지도 - 누구의 노래입니까? :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절대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부분으로, 시냇물의 끝없는 흐름과 물소리를 절대자와 연관시켜, 절대자에 대한 신비감과 불도에서의 시작도 끝도 없는 영원성을 암시하고 있다.
5) 연꽃 같은 발꿈치로 - 누구의 시입니까? : 모든 만물을 비치는 저녁놀을 불가사의한 초월자의 '시'로 표현하여 불성으로 정화된 아름다운 종교적 경지를 암시하고 있다.
6) 타고 남은 재가 - 약한 등불입니까? : 화자의 끝없는 구도 정신과 신앙적 고백이 드러난다. '약한 등불'은 자신을 희생하여 임이 가리어진 암울한 현실을 지키려는 화자의 의지와 희생정신을 보여 준다.
한용운의 알 수 없어요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산문시
성격 : 명상적, 관조적, 관념적, 구도적, 역설적
제재 : 자연 현상
주제 : 절대적 존재에 대한 동경과 영원히 그를 지키겠다는 의지
특징
1) 경어체 사용과 *의문형의 어구를 반복하여 표현함.
2) 자연 현상을 통한 구깨달음을 형상화함.
3) 동일한 통사 구조를 반복하여 음악성과 함께 형태적 안정성을 부여하고 있음
시 구조
1 - 5행 : 자연을 통해 드러나는 절대적 존재
6행 : 절대적 존재를 위한 희생 의지
* 의문형 형식이 지니는 기능
의문문은 문장의 종결법 가운데 하나로, 말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에게 물어 그 대답을 구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이 시는 처음부터 끝까지 무엇인가를 묻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그에 대한 대답은 나와 있지 않습니다.
즉, 이 시는 존재의 본질 혹은 그것을 통괄하는 절대자나 진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의 과정을 다루면서 그 답에 도달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시 형식을 통해 보여 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어요라는 제목에 담긴 의미
'알 수 없어요'라는 이 시의 제목은 절대적 존재를 알 수 없다고 고백함과 동시에 그의 존재에 대한 믿음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시는 경어체와 의문형의 어구를 반복하여 사용함으로써 절대자나 진리에 대한 끝없는 탐구 과정을 보여 줌으로써 절대적 존재의 실존은 알 수 없지만 그 존재 자체에 대한 믿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입니다.
알 수 없어요에 나타난 역설적 논리
'타고 남은 제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표현에서 '타고 남은 재'는 소멸의 이미지를 지니는 부정적인 것인데, 화자는 이러한 현실을 부정함으로써 '기름'이라는 긍정에 이르게 됩니다. 여기서의 '기름'은 생성의 이미지입니다.
즉 '타고 남은 재'로 형상황되고 있는 부정적인 대상은 긍정에 이르기 위한 전제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이는 불교의 윤회설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소멸의 이미지를 생성의 이미지로 연결시키는 고차원적인 역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문장 구조
이 시의 의문형으로 끝나는 몇 개의 시행이 계속된 후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에 와서 일단 시상의 전환을 보이다가 다시 의문형으로 종결됩니다.
즉 1-5행은 각 행이 의문형의 한 문장으로 끝나고, 6행에서는 직설적 화법을 쓰면서 5행까지의 심상들을 종합하여 마무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장 구조를 통해 임에 대한 소망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정연한 구조 속에 내면의 깊이와 함께 역동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알 수 없어요에서 '등불'의 의미
'등불'은 자신을 불태워 남을 밝히는 존재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을 무화시켜서 남을 존재하게 하는 거룩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화자는 자신의 절대적인 '님'을 향해 다시 기름이 되는 생성의 믿음과 의지를 굳게 갖고, 재가 되는 소멸의 아픔을 기쁨으로 감수하는 것입니다.
'누구'의 속성
원관념 | 보조 관념 | 속성 |
발자취 |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 | 보이지 않으나 엄연히 존재하는 실재 |
얼굴 |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 | 권태, 공포의 순간 드러나는 진리의 표상 |
입김 | 알 수 없는 향기 | 인간의 예지로는 파악될 수 없는 근원성을 가진 존재 |
노래 |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 | 세상을 즐겁게 해 주는 존재 |
시 | 떨어지는 해를 곱게 단장하는 져녁놀 | 인간의 삶에 아름다운 의미르 부여하는 충만한 존재 |
◈이해와 감상
시집 '님의 침묵'에서 한용운이 추구하고 있는 '님'의 존재에 대해 선문답적(禪問答的)인 화두(話頭)와 은유법을 통해 종교적 명상의 심화를 성취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1-5행까지는 신비하고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자연 현상이 누구의 모습인가를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화자의 물음은 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설의적 표현일 뿐입니다. 시적 화자는 절대적 존재에 대한 깨달음을 자연 현상 속에서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오동잎'을 '발자취'로, '푸른 하늘'을 '얼굴'로, '향기'를 '입김'으로, '시냇물의 소리'를 '노래'로, '저녁놀'을 '시'로 형상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시의 제목인 '알 수 없어요'는 화자가 이미 확인하여 알고 있는 사실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6행에서는 절대적 존재가 지금 '밤'의 상황, 즉 시련 속에 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자는 절대자에게 닥친 '밤'을 몰아내기 위해 가슴을 태워 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칠 줄 모르고 타는', '약한 등불'이라는 표현을 통해, 미약한 힘이나마 최선을 다해 절대자를 둘러싼 밤을 몰아내고자 하는 화자의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노력은 끊임없이 영원히 지속되라는 것입니다.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라는 역설적 표현이 그러한 다짐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한용운은 이 작품을 통해 존재의 근원에 대한 끊임없는 구도 정신으로 형이상적 깊이를 획득함으로써 우리 시 문학의 전통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자연 현상 | 절대자 |
오동잎 | 발자취 |
푸른 하늘 | 얼굴 |
향기 | 입김 |
작은 시내 | 노래 |
저녁놀 | 시(詩) |
마지막으로 주요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하며 마치겠습니다.
1) 불교의 윤회 사상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구는? : 타고 남은 제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2) '님의 침묵'이라는 제목에서 '님에 해당하는 시어를 이 시에서 찾으면? : 누구
3) 이 시에 쓰인 'A는 B입니까? 에 쓰인 비유법은? : 은유법
이상 한용운의 시 '알 수 없어요'의 핵심 정리, 제목에 담긴 의미, 역설적 논리, 등불의 의미 그리고 의문형 형식이 지니는 기능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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