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우리말]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 가랑비 달구비 떡비 잠비 목비 비설거지 여우비

오늘은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 가랑비 달구비, 떡비, 잠비, 목비, 비설거지, 비거스렁이, 비꽃,여우비, 웃비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순우리말]을 통해 옛말을 편안하게 익힐 수 있도록 안내하겠습니다.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 가랑비

가랑비

가랑비는 이슬비보다 굵고 보통 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이며, 조금씩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가랑비에서 '가랑'은 매우 작은 것을 뜻합니다. 알에서 갓 깨어난 이를 가리키는 '가랑니'와 같은 이치인데요. 이러한 가랑비는 한자말  '세우(細雨)'에 해당하는 우리말입니다.

 

 

가랑비에 따른 옛말이 있는데요. '가라고 가랑비 오고,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입니다. 이는 달갑잖은 손님을 보내기 위해 주인이 꾀를 내어 "가라고 가랑비 온다" 말하자 손님이 응수하기를 "있으라고 이슬비 온다"하며 버텼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푼돈을 가벼이 쓰는 습관을 두고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른다'라고 합니다.

 

 

예) 빗방울이 하나둘 듣기 시작하더니 가는 국숫발같이 잗다란 가랑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박태순, '무너지는 산'중에서)

 

 

보슬비

보슬비는 바람 없이 조용히 내리는 가랑비를 의미합니다. 노랫말 중에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이 있는데요. 이때 보슬비는 소리 없이 가늘게 내리는 가랑비의 한 가지로, 비가 내려서 축축하면서도 한적한 분위기를 표현한 노랫말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보슬비의 큰말은 '부슬비'입니다.

 

 

 

이슬비 

이슬비는 아주 가늘게 오는 비를 의미합니다. 이슬비는 나뭇잎에 겨우 이슬이 맺히게 할 정도로 내리는 비로, 이슬비, 가랑비, 보슬비, 부슬비 등의 이름은 내리는 비의 모양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느낌에 따라 붙여진 이름들입니다.

 

 

목비는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를 의미합니다.

 

 

먼지잼

먼지잼은 비가 겨우 먼지나 날리지 않은 정도로 조금 내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랜 가뭄으로 메마를 땅에 풀풀 날리는 먼지를 겨우 재워놓을 정도로 내리는 비를 말하며, 먼지잼은 오랜 가뭄으로 애타는 농부의 심정이 녹아 있는 말입니다. 목을 빼고 '목비'를 기다렸는데 겨우 먼지잼에 그치면 허탈한 텐데요. 먼지잼의 '잼'은 '재움'의 줄임말입니다.

 

 

예) 이번 주에 잦은 비가 내렸지만 갈증을 풀기에는 턱없어 농민들은 겨우 먼지잼하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달랬습니다.

 

 

 

모종비

모종비는 모종 내기에 알맞을 때 오는 비를 의미합니다. 모종비는 모종을 옮겨 심기에 알맞은 때에 적당한 분량만큼 내리는 비를 말하는데요. 이러한 모종비는 사람을 이롭게 하는 비의 대표적인 비입니다.

 

 

 

목비

목비는 모낼 무렵에 한목 오는 비를 의미합니다. '목'은 여러 가지 뜻으로 사용되는 말인데요. 목비에서의 '목'은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는 중요한 길의 좁은 곳'을 뜻합니다. 사람의 '목'도 가슴과 머리를 이어주는 중요한 통로인 것처럼 봄철 모내기할 무렵에는 제때에 목비가 내려주어야 한 해 농사를 수월하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흔히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비를 두고 '단비'라 하는데요. 목비는 단비 중에서도 으뜸인 비입니다.

 

 

예) 올해는 때맞춰 목비가 내려주어서 모내기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겠습니다.

 

 

 

달구비

달구비는 빗발이 달구처럼 굵게 죽죽 쏟아지는 비를 의미합니다.

달구비의 '달구'는 집터나 묘지 같은 데에 흙바닥을 다질 때 쓰는 굵은 장대를 말합니다. 그런 달구만큼이나 굵게 내리는 빗줄기를 '달구비'라 합니다. 이러한 달구비는 채찍비, 장대비와 더불어 가장 굵은 빗줄기와 무더기비를 나타내는 말입니다.

 

 

예) 그는 달구비가 쏟아지는 언덕길을 밤새 걸어 집에 도착했습니다.

 

 

 

개부심

개부심은 큰물이 진 뒤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몰아서 내리는 비가 명개를 부시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개부심의 '개'는 '명개'의 줄임말이며, '명개'는 흙탕물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생긴 검고 보드라운 흙을 말합니다. 즉 많은 비가 내려서 큰 물이 지나간 흔적입니다. 이런 명개를 부신다는 것은 '엎친 데 덮친 격'인데요. 따라서 개부심은 큰 화나 재앙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 다시 재앙이 찾아드는 것에 빗대어 쓸 수 있는 말입니다.

 

 

예) 지난해 큰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곳인데 개부심 하듯 올해는 큰 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하여 매우 안타깝습니다.

 

 

 

잠비

잠비는 봄, 여름, 가을, 중에서 여름철에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가을에 내리는 비를 '떡비'라고 하는 것처럼 여름철에 비가 내리면 일을 못하고 잠을 잔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어차피 들에 나가 일을 못하니 잠이나 실컷 자면서 그간 쌓인 피로를 풀자는 뜻으로 만들어진 이름입니다.

 

 

예) 여름비는 잠비라는데 늘어지게 잠이나 자 봅시다!

 

 

 

떡비

떡비는 가을에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가을에 비가 오면 떡을 해 먹는다고 해서 생긴 말입니다. 여름철에 내리는 비를 두고 '잠비'라고 하는 것처럼, 가을에 내리는 비는 '떡비'라고 합니다. 여름철에는 한창 농사철이라 비를 핑계로 늘어지게 잠으로써 그간 쌓인 피로를 푸는 것입니다. 반면에 풍성한 수확기인 가을에 비가 내리면 내친김에 떡을 해 먹는 다는데서 유래된 말입니다.

 

 

 

무더기비 

무더기비는 한자말로 폭우(暴雨)을 의미합니다. 한꺼번에 비가 많이 내리는 것을 기상 용어로 '집중호우'라 하고 언론매체에는 '폭우'라고 합니다. 

 

 

예) 이번 수요일을 고비로 또 한 차례의 무더기비가 예상되오니 되도록 외출을 삼가세요.

 

 

 

비거스렁이

비거스렁이는 비가 갠 뒤에 바람이 불고 시원해지는 일이나 그러한 때를 의미합니다. 한여름에 비가 내리기 직전의 날씨는 매우 무덥지만 비가 내리고 난 뒤의 날씨는 이와 반대로 서늘하게 느껴집니다. '-거스렁이'는 서로 어긋나는 방향을 취한다는 뜻의 '거스르다'와 관계된 말로, 비간 갠 뒤의 날씨가 그 전의 날씨에 '거스르게' 시원하게 느껴진다는 뜻입니다.

 

 

예) 소녀의 발걸음은 비거스렁이에 나들이하는 것처럼 사뿐했습니다.

 

 

 

비설거지

비설거지는 비가 오려고 할 때 비에 맞지 않도록 물건을 치우거나 덮어서 단속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여름철에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퍼부을 것처럼 갑자기 먹장구름이 몰려오면서 비꽃이라도 한두 송이 떨어져 내리면 농민들의 발걸음은 분주해집니다.  마당에 말려놓은 고추나 빨랫줄에 걸려 있는 옷들도 거두어야 하고 그 밖에도 치울 물건들이 한가득 이어서 둘러보느라 정신이 없는데요. 이는 모두 비설거지를 하기 위함입니다.

 

 

예) 비가 내릴 기운이 보이자 그녀는 재빨리 집으로 달려가 비설거지를 시작했습니다.

 

 

 

비꽃은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의미합니다.

 

 

비꽃

비꽃은 비가 오기 시작할 때 성글게 떨어지는 빗방울을 의미합니다. 오랜 가뭄 끝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툭툭 떨어지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꽃보다 아름다워 보일 것인데요. 비가 오기 시작할 무렵 손등이나 콧등으로 성기게 툭툭 떨어지는 빗방울을 두고 '비꽃'이라고 합니다.

 

 

예) 손등 위로 비꽃이 한두 방울 떨어지는 것을 보니 드디어 비가 내릴건가봐요.

 

 

 

여우비

여우비는 볕이 난 날 잠깐 뿌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여우라는 동물은 행동이 민첩해 금방 눈앞에 나타났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져 버리고 하는데요. 이렇게 예상치 않게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여우에 빗대어, 여우비는 햇볕이 난 날에 잠깐 흩뿌렸다가 마는 비를 말합니다. 지역에 따라서는 여우비가 내리는 것을 두고 '호랑이 장가간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예) 잠시 여우비가 뿌리고 간 들판에는 초록 내음이 진동했습니다.

 

 

 

웃비 

웃비는 아직 우기가 있으나 한창 내리다가 잠깐 그친 비를 의미합니다. 장마철에 채찍비나 장대비가 쫙쫙 내리다가 잠시 멈추었을 때, 비는 내리지 않아도 사방에  비의 기운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요. 이러한 상황은 언제 다시 빗발이 내리칠지 모르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러한 비를 두고 '웃비'라고 합니다.

 

일단 비는 멈추었지만 언제 다시 내릴지 모르는 상황이므로 '비거스렁이'가 아니며, 웃비에서 '웃-'은 본디 제 것에 더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로 '웃돈'과 같은 이치입니다. 웃비는 주고 '웃비 걷다'의 형태로 사용되며 비가 오다가 잠시 멈춘 상태라는 뜻입니다.

 

 

 

채찍비

채찍비는 굵은 빗줄기가 세찬 바람을 타고 휘몰아치며 채찍으로 바닥을 후려치 듯 쫙쫙 쏟아져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세찬 바람을 타고 '두들기듯' 내리는 채찍비가 얼굴에 내리칠 때는 뺨이 얼얼하여 마치 채찍을 맞은 것 같은데요. 여기에서 비롯된 이름입니다.

 

 

예) 일기예보에 비 소식이 없었기에 우리는 우산도 없이 채찍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자드락비

자드락비는 굵직하고 거세게 퍼붓는 비를 의미합니다. 굵은 빗방울이 단단한 땅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생생하게 느껴지는 말이며 줄여서 '작달비'라고도 합니다. 대게 도시 한복판의 아스팔트나 시멘트 바닥에 내리 꽂히는 거센 빗방울을 표현하기에 적당한 말입니다.

 

 

 

이외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

1) 건들장마 : 초가을에 비가 쏟아져 내리다가 번쩍 개고 또 오다가 다시 개는 장마를 의미합니다.

 

2) 긋다 : 1) 비가 그치다. 2) 비를 잠시 피하여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3) 날비 : 땅바닥을 두들기듯 오는 비를 의미합니다.

 

4) 는개 : 안개보다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 조금 가는 비를 의미합니다.

 

5) 물마 : 비가 많이 와서 사람이 못 다닐 정도로 땅 위에 넘쳐 흐르는 물을 의미합니다.

 

6) 바람비 : 바람에 날려 흩뿌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비바람'과 구별)

 

7) 발비 : 빗발이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를 의미합니다.

 

8) 불가물 : 아주 심한 가뭄을 의미합니다.

 

9) 비그이 : 비를 잠시 피해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 비그침을 의미합니다.

 

10) 비받이 : 우산을 의미합니다.

 

11) 비보라 : 센 바람과 함께 휘몰아치는 비를 의미합니다.

 

12) 비이슬 : 비가 내린 뒤 풀잎 따위에 맺힌 빗방울을 의미합니다.

 

13) 시위 : 비가 많이 와서 강물이 넘쳐 육지 위로 침범하는 일을 의미합니다.

 

14) 억수 : 물을 끼얹듯이 아주 세차게 쏟아지는 비를 의미합니다.

 

15) 지짐거리다 : 비가 조금씩 자주 내렸다 그쳤다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6) 첫물지다 : 그해 첫 홍수가 나는 것을 의미합니다.

 

17) 해받이 : 양산을 의미합니다.

 

18) 흙비 : 바람에 날려 떨어지는 가벼운 모래흙을 의미합니다.

 

 

 

 

이상 비와 관련된 순우리말, 가랑비 달구비, 떡비, 잠비, 목비, 비설거지, 비거스렁이, 비꽃,여우비, 웃비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우리말 풀이사전, 박남일, 서해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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