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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국어책] 김종길 성탄제.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성탄절과 관련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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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시는 김종길의 '성탄제'와 정호승의 '아버지의 나이'입니다. 시의 제목이기도 한 '성탄제'의 의미와 시어의 색채 대비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출처 및 참고 - 천재교육 해법문학)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산수유 열매

 

 

김종길 성탄제

어두운 방 안엔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 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지도 모른다.

 

 

어느새 나도

그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것이라곤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 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 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시어 풀이

성탄제 : 성탄절. 12월 24일부터 1월 6일까지 예수의 성탄을 축하하는 명절.

 

산수유 : 산수유나무의 열매. 강장의 효과가 있다.

 

 

 

시구 풀이

▶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이윽고'를 통해 극적인 장면 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약'은 산수유로 민간요법에 의한 처방을 의미합니다.

 

 

▶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말줄임표애는 '지금도 그 기억을 잊을 수 없다'는 내용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영탄법을 이용하여 표현하고 있습니다.

 

 

▶ 나는 한 마리 ~ 부비는 것이었다.

나약하고 무기력하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마냥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자신의 어린 시절을 의미합니다.

 

 

▶ 옛것이라곤 찾아볼 ~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과거와의 대비를 통해 현실의 삭막함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 보던 눈을 통해 현실에 대한 따뜻한 시선 역시 버리지 않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작품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회상적, 주지적

 

▶ 제재 : 성탄일의 추억

 

▶ 주제 : 순수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과 그 계승의 의미

 

▶ 특징 : 과거와 현재, 시골과 도시라는 배경의 대칭 구조가 나타남.

 

제목 '성탄제'의 의미

'성탄제'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리는 축제이지만, 여기서는 사전적인 의미를 벗어나 시적 화자와 아버지의 만남의 새로운 의미를 조명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러므로 성탄제는 서구의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축제로써의 의미가 아닌, 한국의 전통적, 복고적 정서로 전이되고 있습니다. 이에 인간의 보편적인 사랑의 정점을 보여주면서 그 분위기 속에서 가족 간의 사랑을 한 차원 상승시키고 있습니다.

 

 

 

시간적 추이에 따른 시상 전개 

총 10개의 연이, 시간적 추이에 따라  전개되고 있습니다.

 

▶ 1연 - 6연 : 유년 시절 체험.

 

▶ 7연 - 10연 : 어른이 된 화자의 체험.

 

*4연과 6연은 시간적 전개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눈 속에 따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시어의 색채 대비

검은색과 붉은색의 대비와, 붉은색과 흰색의 대비가 주를 이룹니다.

 

검은색(어두운 방 안)과 붉은색(바알간 숯불)의 대비

어둠이 생명이 잦아드는 암울한 이미지라면, 바알간 숯불은 생명을 지키는 따뜻한 이미지입니다.

 

 

붉은색(산수유 열매)과 흰색(눈)의 대비

차가운 이미지와 따뜻하고 포근한 이미지의 대립은 아버지의 헌신적인 사랑을 의미합니다.

 

 

* 시인은 '산수유 열매'와 '눈'을 대비시켜 시각적 이미지를 제시함으로써 어린 시절의 가장 인상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작품 속 열병과 그리움

과거 어린 시절의 시적 화자는 '열병'을 앓고 있었으며 이때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붉은 산수유 열매'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을 통해 병을 치유할 수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화자는 이제 '열병'을 앓던 어린 시절을 그리워 하고 있습니다. 즉, 어린 시절 화자의 가슴에 서려 있던 '열병'이 어른이 된 지금에 와서는 '그리움'으로 변한 것입니다.

 

 

구조적으로는 '열병'과 '그리움'이 대칭 관계를 이루고 있으며,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은 *엄부자모(嚴父慈母)로 대변되는 유교적 전통을 보여주는 한편, 차가운 옷자락만큼 아버지의 사랑이 깊고 뜨거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엄부자모(嚴엄할 엄, 父 아비 부, 慈 사랑할 자, 母어미 모)

자녀에 대해 엄격한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의 조화를 강조하는 말로, 가정 내에서의 부모의 역할을 제시하는 말입니다. 이것은 어머니와 아버지의 역할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 어머니와 아버지가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하면 좋을 시, 정호승의 '아버지의 나이'를 안내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정호승 아버지의 나이

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

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

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

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았다

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

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나는 이제 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

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

절벽을 휘감아돌 때가

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해질무렵

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

종아리를 씻고 돌아와

내 이름을 한번씩 불려보셨는지 알게 되었다


이상 김종길의 시  '성탄제'와 정호승의 시 '아버지의 나이'와, 시의 제목이기도 한 '성탄제'의 의미와 시어의 색채 대비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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