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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거닐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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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길을 걸어가는 아이가

바람이 불 때 마다 날려오는

꽃잎들의 선물을 받아들이듯이

하루하루가 네게 그렇게 되도록 하라.

.....,

 

-「나의 축제를 위하여 Mir zur Feier」의 제2판 (1909) 중에서, Rainer Maria Rillke

 

 

저~멀리 죽기 전, 버킷리스트에 다가가지 않고서도

매해 봄이 찾아오면 소망하는 버킷리스트가 있다.

중세시대에 자살할 때 목에 밧줄을 감고 양동이를 차 버리는 행위에서 유래되었다는 '버킷리스트'

 

 

이, 날이 선 단어에 '봄'이라는 글자를 살포시 얹으면

해마다 새로운 봄이 와도 달라지지 않는 우직한 리스트들이 완성된다.

'봄날의 버킷리스트'

 

 

작년 봄에는 3월 2일을 기점으로 3일을 제외하고는 아침 산책을 탐했다. 정말 탐했었다.

제외된 3일 마저도 궂은 날씨 탓이었던...

쉼없이 걷던 날들

조금 유난을 떨어 9월부터 스믈스믈 겨울의 기운을 느끼는터라

3월 초도 너그러운 날씨는 아닌데

두툼한 장갑까지 끼고 걷는 3월의 아침 길은 연한 빛깔처럼 청포도 내음이 난다.

 

 

다소 억울한 5월...

첫눈이 내리기도 전에 손꼽아 기다리던 3월이 훌쩍 지나,

5월이 되어서도 아침 산책을 한 날이 다섯 손가락에 꼽히니

그렇게 억울할 수가 없다.

그래서 가뿐하게 걸을 수 있을 것 같았던 어제,

드디어 봄 밤 산책을 했다.

 

 

 

일요일 밤인데도

마치 금요일 밤을 즐기는 사람들처럼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 나와 저마다의 봄밤을 만끽하고 있었다.

작년 가을부터 애정하는 길인 송파둘레길 코스 중,

잠실나루에서 시작하여 올림픽 공원까지 걷는 길을

아침 산책의 리듬으로 가뿐가뿐 걷다보니

나무 터널이 더욱이 무성해져 깊은 동굴을 걷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은 21살 때 마치 부적처럼 수첩에 적어다니던 릴케의 시가 생각나는 밤..

한참 시간이 지난 이 밤에도

이글은 여전히 나를 구슬리는 주술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인생이란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

그냥 내버려 두면 축제가 될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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