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입니다.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을 파악하고 순환 구조와 김영랑 시에 나타나는 시어 '내 마음'을 해석하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시어·시구 풀이
시어 풀이
1) 모란 : 봄에 피는 화려한 아름다움을 지닌 꽃으로 미(美)를 상징함.
2) 여읜 : 멀리 떠나보낸. 이별한. 상실한
3) 서운케 : 서운하게
4) 하냥 : 늘, 함께의 방언. 한결같이, 늘
5) 설움 : 서럽게 느껴지는 마음. 서러움
6) 천지 : 하늘과 땅을 아울러 이르는 말.
7) 자취 : 어떤 것이 남긴 표시나 지리.
8) 삼백예순날 : 일년 동안 매일. 1년을 대략 369일 정도록 본 데서 온 말.
9) 우옵내다 : '우옵나이다'의 준말. 혹은 '우옵니다'의 방언.
시구 풀이
1) 모란이 피기까지는 - 기다리고 있을테요 : '모란'으로 상징되는 '봄'은 화자가 소망하여 그로부터 삶의 의의를 찾는 대상이다. '소망'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하면서 '아직'이라는 부사어를 통해 그 기다림의 자세가 길고 오래일지라도 '그 소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2) 모란이 뚝뚝 - 설움에 잠길 테요 : 화자는 이미 모란이 지고 난 후의 슬픔을 알고 있으며, 그것을 기꺼이 감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는 모란이 질 때까지는 지는 설움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뚝뚝'은 모란이 질 때의 절망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3)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 '모란이 피었을 때의 보람은 사라지고, 일 년을 기다려 이루어졌던 소망은 덧없이 사라져 버린다.'는 자기 경험의 고백입니다.
4)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 : 모란이 지고 난 후의 화자의 슬픔이 얼마나 깊은 것인가를 '삼백예순 날'이라는 과장적 표현을 통해 드러내고 있습니다.
5) 찬란한 슬픔의 봄을 :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 사이에 논리적 모순이 존재하는 이른바 *모순 형용의 역설법입니다. '찬란한'은 '모란이 피었을 때의 환희'를 '슬픔'은 '모란이 지고 났을 때의 설움'을 의미하는데, 모란이 지는 슬픔을 알면서도 모란이 피는 기쁨이 있기에 모란에 대한 기다림을 버리지 않겠다는 의미입니다.
*모순 형용 : 수식받는 말과 수식하는 말 사이에 모순이 나타나도록 하는 기법입니다.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 핵심 정리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성격 : 유미적, 낭만적, 상징적
▶제재 : 모란의 개화와 낙화
▶주제 : 소망이 이루어지기를 기다림.
▶특징
1) 수미 상관식 구성.(1행-2행, 11-13행)
2)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의 조탁이 돋보임.
3) *역설적 표현 (역설법)을 사용함.
*역설법 : 표면적으로는 모순되거나 부조리한 것 같지만 그 표면적인 진술 너머에서 진실을 드러내는 수사법. 변화법입니다. 이 시에서는 "찬란한 슬픔의 봄"에서 '슬픔'과 '찬란함'이라는 상반된 정서의 시어를 결함함으로써 모란이 지는 슬픔과 모란이 필 것이라는 희망이 교차하는 계절인 '봄'의 의미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 파악하기
▶시적 화자 : 모란이 피기까지 봄을 기다리겠다는 '나'
▶시적 대상 : 모란
▶시적 화자의 정서·태도
모란을 삶의 소망으로 삶은 사람은, 모란이 피는 기쁨과 지는 슬픔을 해마다 겪게 되므로, 모란을 기다릴 때부터 이미 그 꽃이 지게 된 후의 슬픔을 알고 있습니다. 곧, 모란이 피는 봄은 그 꽃이 져 버리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하는 계절입니다. 그럼에도 화자는 그 안에서 겪는 소망과 좌절의 과정이 삶 자체임을 깨닫고 소망의 실현에 대한 집념을 버리지 않습니다.
정서 : 서러움, 서운함, 슬픔. "설움에 잠길 테요.", "서운케 무너졌느니.", "섭섭해 우옵내다."
태도 : 적극적, 의지적.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피기까지는 구조 정리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순환 구조
▶1행 - 2행 : 기다림
▶3행 - 10행 : 상실과 슬픔
▶11행 - 12행 : 기다림
이 작품은 ★'봄에 대한 기다림 → 봄의 상실 → 봄에 대한 기다림'이라는 순환 구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다 모란이 피면 기뻐하고, 모란이 지면 절망에 빠지고, 그러면서 또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꽃이 지는 것은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때가 되면 재생하는 것이고, 이러한 과정이 곧 삶 자체라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화자에게 '삼백예순 날'은 모란이 피는 날과 모란이 피기를 기다리는 날이며, 이 모두가 보람 있는 날이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 순환 구조 :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자꾸 되풀이되는 구조입니다.
▶1행 - 2행 : 1-2행에서는 '소망'에 대한 기다림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모란'은 봄에 피게 되므로 '봄'은 '소망이 이루어지는 시간'입니다. 화자는 '아직'이라는 부사를 통해 '그 소망을 포기하지 않을 것'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3행 - 4행 : 3 - 4행에서는 '설움에 잠길 테요'라는 표현에서 화자는 이미 모란이 지고 난 후의 슬픔을 알고 있으며, 그 슬픔을 기꺼이 감당할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비로소'라는 시어는 '모란이 진 후에'라는 뜻이니, 모란이 질 때까지는 보는 기쁨만을 생각하고 지는 설움을 생각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뚝뚝'이라는 표현에서, 모란이 질 때의 절망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5행 - 10행 : 5행 - 10행에서는 모란이 지고 난 후의 슬픔과 절망감은 시적 화자가 과거에 거듭 체험했던 일이었음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모란이 지는 것은 봄의 막바지인 오월입니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모란이 지고, 진 모란마저 시들고 말라 사라집니다. 모란이 피었을 때의 '뻗쳐 오르던 보람'은 와르르 무너지고, 지난 일 년 간 기다려 이루어졌던 소망이 덧없이 사라져 버리고 그 슬픔에 화자는 '삼백예순 날'을 늘(하냥) 울고 지냅니다.
▶11행 - 12행 : 11행 - 12행에서는 1 - 2행의 내용을 반복하면서 모란이 피기를 가다리겠다는 의지를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간절한 소망과 달성의 기쁨, 기쁨의 소멸과 좌절, 그리고 다시 간절한 소망, 이런 과정이 바로 삶 자체라는 것을 깨달은 까닭입니다. ★ '찬란한 슬픔'이라는 역설적 표현을 통해 모란이 지고 았을 때의 설움을 예상하면서도, 모란에 대한 기다림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김영랑 시에 나타나는 '내 마음' 해석
김영랑 시에는 '내 마음'이라는 어휘가 많이 사용됩니다. 작가가 이 말(시어)을 많이 사용한 것은 내면의 순결성을 표현하려는 의도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는 자신의 마음의 상태를 직접 제시하지 않고 대부분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표현했습니다.
작가의 초기 시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맑고 깨끗하고 고요한 자연의 정경은 그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 것들입니다.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에 제시된 아침 햇살처럼 빛나는 은빛의 강물, '제야'에 제시된 맑은 샘물과 밤의 심상, '가늘한 내음'에 제시된 보랏빛 노을의 고요한 아름다움, '내 마음을 아실 이'에 나오는 향 맑은 옥돌의 심상 등은 모두 마음의 순결성을 나타내는 예입니다
★이렇게 맑고 깨끗하고 고요한 자연의 정경을 통하여 작가는 자신이 추구하는 순결한 마음의 세계를 표현한 것입니다. 김영랑 작가의 서정시의 출발은 바로 '내 마음'으로 지칭되는 이 순결성에 있으며 그 순결한 마음은 자연이 미묘한 변화와 대응되므로 분명히 파악되지는 않습니다. 순결성은 꽃가지의 은은한 그늘이나 봄날의 미미한 아지랑이처럼 모호한 상태로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하면 좋은 김영랑의 시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를 안내해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김영랑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돋쳐 오르는 아침 날빛이 빤질한
은결을 도도네.
가슴엔 듯 눈에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내 마음의 어딘 듯 한편에 끝없는
강물이 흐르네.
이상 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의 시적 화자와 시적 대상 파악, 그리고 순환 구조와 김영랑 시에 나타나는 시어 '내 마음'에 대한 해석을 마치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 윤동주 새로운 길 해석 정리. 길의 상징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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