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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관련된 시 모음. 권오범 시장에서. 황인숙 시장에서. 기형도 엄마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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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시장과 관련된 시 중에서 권오범의 시장에서, 한승수의 새벽 어시장, 황인숙의 시장에서, 전병호의 그릇 장수, 이영식의 모란시장에서, 나태주의 시장길, 박안나의 재래시장3, 윤수천의 시장, 기형도의 엄마 걱정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시장과 관련된 시.  권오범  시장에서

 

손수레 위 합판 베고 나란히

모로 누워 겹 잠든 간 고등어들

토막 치기 바쁜 남정네가 무시로

한 손에 천원, 억수로 싸다, 싸

고래고래 걸쩍대는 저만치

언제부터였을까.

옥비녀로 쪽진 할머니가

완두콩 한 사발 놓고

시름없이 쪼그려 앉아 있다

눈길조차 흘리지 않는 야속한 발걸음들

행여 거리끼다 엎질러질라

콩 사발만 들었다 놓았다

오금 저린 해넘이

떨이 북새통 끝에 갈무리하던 남정네

남은 간 고등어 한 손 토막 쳐

검은 비닐봉지에 담아

공짜로 건네는 목청이 걸쭉하다

 

 

 

오늘 허전한 사람들은 다들 모였다.

 

 

 

한승수  새벽 어시장

 

밤바다의 불빛들이

포구에 하나 둘 닻을 내리면

싱싱한 바다가 뭍으로 쏟아져 내리고

왁자지껄

어시장은 새벽잠을 깬다

 

 

모닥불 곁에서

어부들은 간밤의 무용담을 나누고

살기를 띤 군중들이

튀는 것들은 향해 아우성 치면

도마에서 흐르는 피로

세상은 어둠을 씻는다.

 

 

비릿한 바다의 생명이

지상으로 부활하는 시간

 

 

빙원(氷原)에 일렬로 누워

막 은도금을 마친 듯 번쩍이는

보검(寶劍)들이 지금

서성이는 내 지갑을 겨누고 있다.

 

 

 

 

황인숙  시장에서

 

그를 위해 무얼 살까 들러보았죠.

수줍은 제비꽃에 벗은 완두콩.

그에게는 아무짝에 소용없는 것.

그럼그럼 딸길 살까 바나날 살까?

아니면 익살맞은 쥐덫을 살까?

그를 위해 무얼 살까 둘러보았죠.

환 쾌의 말릴 뱀, 목에 늘인 할아범.

아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뽀골뽀골 미꾸라지 시든 오렌지

아니면 특제 실크덤핑넥타이.

아아아 재밌어 이걸 사줄까?

 

 

복작복작 밀리며 걷는 내 손엔

한 쪽엔 아이스크림 한 쪽엔 풍선.

농담처럼 절뚝절뚝 뛰는 지게꾼.

그 뒤를 바싹 쫓아 빠져놔왔죠.

주머니에 뭐가 있나 맞춰보아요.

바로바로 올림픽 복권이어요.

만약에 첫째로 뽑힌다면은

아아아아 재밌어 너무 재밌어

풍선처럼 그이는 푸우 웃겠죠.

 

 

 

 

전병호   그릇 장수

 

햇살을 팝니다.

 

시골 장날,

짤랑짤랑 소리를 내며

파란 하늘에서 쏟아져 내리는

맑은 햇살.

 

 

잘 닦은

양은 그릇이랑

대야에 가득

담아 팝니다.

 

 

하루 종일

햇살을 판 값.

 

 

앞주머니에서 꺼내

헤아리는 그릇 장수의 

손 안에는

 

 

금돈이 서너 줌이다.

은돈이 한 줌이다.

 

 

 

 

이영식  모란시장에서

 

몸과 마음 쑤시는 날

시(詩)를 덮고 모란시장에 가네

찰찰 넘치는 생의 비린내 속

황구처럼 어슬렁거리다가

오일장 한 구석

푸성귀 더미 위에 부려진

내 그림자를 바라보네

바람에 쏠려 헐렁해진 하루도

파릇파릇 봄 잔치에 섞이니

장딴지에 슬며시 물이 오르고

겨드랑이가 간지럽네

 

 

알타리무, 돌미나리

좌판을 벌린 노파의 손등에

파종하듯 뿌려지는 햇살

검버섯 돋은 세월의 강 건너

염소를 몰고 장닭을 몰고

지상의 낮은 사람을 몰고 오네

오백 량이오, 천 량이오

변방의 수수 많은 사람들이

서로 뿌리를 대고 힘을 보태는

저 구릿빛 건강한 외침이

등 푸른 삶의 싹을 틔우는가

 

파장(罷場),

모란 잎 같던 꿈을 접는 어깨 위로

고추씨만한 풋별이 뜨네.

 

 

 

 

나태주 시장길

 

모처럼 시장에 가 보면

시끌벅적한 소리와

비릿비릿한 내음새,

비로소 살아 있는 사람들의

냄새와 소리들,

별로 살 물건 없는 날도

그 소리와 냄새 좋아

시장길 기웃댄다.

 

 

 

 

박안나  재래시장3

 

살아서 퍼덕이는 우럭 두 마리를

매운탕거리로 장바구니에 담고 나니

바다냄새가 난다

 

 

어느 바다에서 왔을까

 

 

아직 그 바다는

이 시장을 누비는 사람들 생각보다는

분명 맑겠지

 

 

고된 삶의 길 위에서

나름대로 속앓이를 하는

사람 사는 일을

바다가 알 리 없을 테지

 

 

삶의 한 켠

네게 내가 다치고

내게 네가 다치는 날들의 아픔 속에서도

결코 무너질 수 없는 날들의 연속

의미 부여조차 힘겨웁다

 

 

퍼덕이는 우럭을 보며

바다에서는

아직 세상과 싸워 이기는 힘이

남아 있을 거라 여기며

일상으로 되돌아간다

 

 

 

 

윤수천  시장

 

허전한 사람들은

다들 모였다.

 

 

잃은 것이 많은 사람들

잃은 것을 찾으려고 허둥들 댄다.

 

 

바다를 잃은 사람은

청어, 조기, 삼치를 사 들고 가고

고향을 잃은 사람은

산나물을 한 바구니 담아 간다.

 

 

파는 이나 사는 이나

다 같이 외로워 보이는

시장 안

 

 

목청마다 퍼런 외로움이 고이는 

오늘

허전한 사람들은

다들 모였다.

 

 

 

 

 

마지막으로 기형도의 시 '엄마 걱정'을 안내해 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기형도   엄마 걱정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우리 엄마

안 오시네, 해는 시든 지 오래

나는 찬밥처럼 방에 담겨

아무리 천천히 숙제를 해도

엄마 안 오시네, 배추잎 같은 발소리 타박타박

안 들리네, 어둡고 무서워

금간 창 틈으로 고요히 빗소리

빈방에 혼자 엎드려 훌쩍거리던

 

 

아주 먼 옛날

지금도 내 눈시울을 뜨겁게 하는

그 시절, 내 유년의 윗목

 

 

 

 

이상 시장과 관련된 시 중에서 권오범의 시장에서, 한승수의 새벽 어시장, 황인숙의 시장에서, 전병호의 그릇 장수, 이영식의 모란시장에서, 나태주의 시장길, 박안나의 재래시장3, 윤수천의 시장, 기형도의 엄마 걱정. 안내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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