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시는 문정희의 '찬밥'과 오세영의 '딸에게'입니다. 시의 제목이기도 한 찬밥의 의미와 시어의 대조적 이미지를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다시 읽는 국어책]에서는 교과서에서 읽었던 작품들을 감상하며 추억해 보겠습니다.
학창 시절 교과서를 통해 접했던 문학들은 학습처럼만 여겨졌는데요. 다시금 읽는 문학들은 오롯이 글이 되어 다가옵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속에서는 어떤 글이 담겨 있을까요?
문정희 찬밥
아픈 몸을 일으켜 혼자 찬밥을 먹는다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부엌에는 각종 전기 제품이 있어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찬밥을 먹기도 쉽지 않지만
오늘 혼자 찬밥을 먹는다
가족에겐 따스한 밥 지어 먹이고
찬밥을 먹던 사람
이 빠진 그릇에 찬밥 훑어
누가 남긴 무 조각에 생선 가시를 핥고
몸에서는 제일 따스한 사랑을 뿜던 그녀
깊은 밤에도
혼자 달그락거리던 그 손이 그리워
나 오늘 아픈 몸 일으켜 찬밥을 먹는다
집집마다 신을 보낼 수 없어
신 대신 보냈다는 설도 있지만
홀로 먹는 찬밥 속에서 그녀를 만난다
나 오늘
세상의 찬밥이 되어
시어 풀이
▶ 서릿발 : 서리가 땅바닥이나 풀포기 따위에 엉기어 삐죽삐죽하게 성에처럼 된 모양. 또는 그것이 뻗는 기운.
▶ 이 : 칼날이나 그릇 등의 가장자리.
▶훑어 : 붙은 것을 깨끗이 다 씨어 내어.
시구 풀이
▶ 아픈 몸 일으켜 혼자 밥을 먹는다.
현재 화자의 처지를 드러내 주는 부분으로 시를 쓰게 된 동기가 나타납니다.
▶ 찬밥 속에 서릿발이 목을 쑤신다.
화자가 찬밥을 먹고 있는 직접적인 고통을 나타냄과 동시에 찬밥을 드시며 사셨던 화자의 어머니를 떠올리며 느끼는 화자의 아픈 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일 분만 단추를 눌러도 따끈한 밥이 되는 세상.
기계적이고 일회적인 현대 문명을 표현하며 '따스한 밥'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게 된 세상을 의미합니다.
▶ 집집마다 신을 ~ 설도 있지만.
어머니의 존재를 마치 신(神)처럼, 성스러운 존재로 승화하고 있습니다.
▶ 세상의 찬밥이 되어.
화자 자신도 한 가정의 어머니로서 살아가면서 세상으로부터 '찬밥'과 같은 평가를 받지만, 그렇게 평가하는 '찬밥'에는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깃들어 있음을 의미합니다.
작품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회고적, 서정적
▶ 제재 : 찬밥
▶ 주제 : 어머니의 희생적 삶에 대한 깨달음
▶ 특징 :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을 감각적 시어의 대비를 통해 드러냄,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의 가치를 드러냄.
시상 전개와 시어의 대조적 이미지
▶ 1 - 6행 : 화자의 처지와 삶.
▶ 7행 - 14행 : 어머니에 대한 회상.
▶ 15행 - 19행 : 어머니에 대한 세상의 평가와 가치.
대조적 이미지
▶ 따스한 밥, 찬밥은 어머니의 희생과 사랑, 신과 같은 존재의 어머니를 의미합니다.
▶ 따끈한 밥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이 결여됨을 의미합니다.
▶ 세상의 찬밥은 현재 시적 화자의 처지를 의미합니다.
찬밥의 의미
어머니 = 찬밥을 먹던 사람, 그녀.
1. 자신보다 가족을 먼저 생각함.
2. 희생적임.
3. 신과 같은 존재.
우리 주변에는 소중한 것들이 많지만 익숙함에 평소에는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합니다. 그렇게 소중함을 인식하지 못한 채 살다 그것이 사라진 뒤에야 비로소 참된 가치를 알게 되지요.
'찬밥'은 우리가 비록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을 잊고 살아가더라도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사랑과 정성, 그리고 희생으로 가족들을 보살피는 어머니의 참된 모습을 표현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감상하면 좋을 시, 오세영의 딸에게를 안내해드리고 마치겠습니다.
오세영 딸에게
가을바람 불어
허공의 빈 나뭇가지처럼 아빠는
울고 있다만 딸아
너는 무심히 예복을 고르고만 있구나.
이 세상 모든 것은 붙들지 못해서 우는가 보다.
강변의 갈대는 흐르는 물을, 언덕의 풀잎은
스치는 바람을 붙들지 못해
우는 것, 그러나
뿌리침이 없었다면 그들 또한
어찌 바다에 이를 수 있었겠느냐.
붙들려 매어 있는 것치고
썩지 않는 것이란 없단다.
안간힘 써 뽑히지 않은 무는
제자리에서 썩지만
스스로 뿌리치고 땅에 떨어지는 열매는
언 땅에서도 새싹을 틔우지 않더냐.
막막한 지상으로 홀로 너를 보내는 날,
아빠는 문득 뒤꼍 사과나무에서
잘 익은 사과 하나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이 시는 결혼을 앞둔 딸이 맞이하게 될 새로운 출발을 응원하는 아버지의 말입니다. 딸을 청자로 설정해 딸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시상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화자(아버지)는 딸의 결혼이 마치 '가을 바람'을 맞는 '허공의 빈 나뭇가지'와 같다며 허전함을 표현하고 있지만, 뿌리침과 놓아줌이 있기에 넓은 세상을 의미하는 '바다'에 이를 수 있다는 깨달음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상 문정희의 시 '찬밥'과 오세영의 시 '딸에게', 그리고 시의 제목이기도 한 찬밥의 의미와 시어의 대조적 이미지에 대한 설명을 마치겠습니다. (출처 및 참고 - 해법문학, 천재교육)
[다시 읽는 국어책] 윤선도 오우가 우정과 관련된 사자성어
'읽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순우리말] 계절과 때와 관련된 순우리말2. 안날 열나절 한물 찔레꽃머리 (15) | 2023.01.13 |
---|---|
[사자성어.어원] 새로운 시작과 관련된 사자성어. 프리지아 꽃말 어원 (13) | 2023.01.12 |
[한자.어휘] 울음소리 내는 우는토끼. 울음과 관련된 한자 곡. 읍. 체 (18) | 2023.01.06 |
[유래] 2023년 24절기 유래. 빨간날(쉬는날) 법정공휴일 대체공휴일 정리 (14) | 2023.01.02 |
[순우리말] 계절과 때와 관련된 순우리말1. 나달 나무말미 빨래말미 낮곁 서리가을 (9) | 2023.01.01 |
[유래.사자성어] 교토삼굴. 대비책(미리 준비함)과 관련된 사자성어 (9) | 2022.12.31 |